오늘 공부방 소풍 다녀왔다. 봄 소풍 치고는 약간 늦었는데, 이도 다 사연이 있어 그랬다.

   언제부턴가 공부방 소풍 날만 되면 비가 내리는 것이었다. 4월 초에 소풍 날은 잡았는데, 그 전날 일기예보에서 내일도 비가 내린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취소했으나, 정작 당일 날 아침은 여우비만 잠깐 내렸다. 그리고, 여러가지 행사가 겹쳐서 오늘 공부방 소풍을 다녀왔다.

   소풍 장소는 승학산. 가을 억새꽃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지만, 지난 가을부터 가려고 했다 못 가는 바람에 모두에게 '한'이 맺혀 이번에 다녀오기로 했다. 공부방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동대신동 지하철역에 내려서 꽃마을로 가는 마을 버스를 탔다. 버스는 등산객들로 붐볐고, 초/중학생 10명과 도우미 선생님 12명, 수녀님 2분 해서 24명을 더 태운 버스는 가파른 오르막길을 어떻게 오를까 싶을만큼 헐떡거렸다.

   꽃마을에서 승학산으로 가는 길에 서구청에서 운영하는 역사박물관, 민속박물관, 수석박물관이 있었는데, 학습지를 미리 준비해 간 터라 배울 게 아주 많았다. 아기자기하게 정리도 잘 되어 있었고, 민속박물관 입구에는 체험할 수 있는 전래 놀이도 있어서 모두들 신나게 놀았다.

   승학산 정상을 앞두고 억새 평원이 내려다 보이는 고개마루에다 짐을 풀고 그늘 아래서 점심을 먹었다. 언제나 공부방에서 준비해 주는 '김밥'과 단무지, 그리고 음료수! 참 소박한 점심이었다. 그래도 모두 달게 잘 먹고, 남기지도 않는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모두가 둘러앉아 놀이를 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수녀님까지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전부가 놀이에 열중하는 모습이 참 좋다.

   놀이가 너무 격렬했던지 한 선생님께서 발목을 삐끗하셨다. 어쩔 수 없이 내려오는 길은 평탄한 '당리'길을 택했지만, 길이는 생각보다 꽤 길었다. 시내버스가 다니는 당리동 쪽까지 내려오니 모두들 기진맥진! 그래도 누구 하나 힘들다는 내색은 하지 않는다. 시내버스를 타고 공부방 입구까지 올라왔다. 아이들은 집으로 내려가고, 선생님들은 그 때부터 교사회의를 시작했다.

   공부방 교사회의는 참으로 진지하다. 아무런 사심도 없이 아이들의 문제에 대해 청년답게 순수하고 참신한 대처 방법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회의 시간이 길어지기 일쑤다. 오늘도, 회의 중간에 저녁을 먹어야 했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다시 회의!

   그러나 나는 거기까지만 있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더 무리하면 몸이 힘들 것 같아서 그렇다. 요즘은 조금만 무리해도 몸에서 신호가 바로 온다.(의사는 그냥 감기라고 했는데, 은근히 걱정된다.)

   이번 사흘은 별다른 대처 없이 햇볕을 너무 많이 쬐었더니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다가 시커멓게 변했다. 집에 와서는 감자를 붙이고, 크림을 바르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조금은 나은 것 같다. 워낙 시커먼 얼굴에다가 잘 타기까지 하니 조금만 돌아다녀도 금방 표시가 난다. 내일 조금이라도 덜 피곤하게 보이려면 지금 자야하는데... 말만 하지 말고, 그냥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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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6-05-15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그렇게 바쁘니 얼굴은 검고... 감기도 안 낫죠. 푹 쉬시고.. 얼렁 건강 회복하세요.

느티나무 2006-05-15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굴은 좀 볼 만 할 듯~! ㅋ 오늘도 산에 가고 싶은데... 얼굴이 좀 그래서 망설이고 있어요. 집에 아내의 학생 손님들이 오니까, 어디 가 있기도 마땅치 않고...(물론, 같이 놀아도 상관 없지만 ^^ 산이 좋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