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가서 신나게 놀았기 때문에 몹시 피곤했다. 더구나 어제의 체육대회로 이미 근육은 뭉쳐 있는데, 오늘 또 무리를 했으니 삭신이 쑤신다는 표현이 딱 맞다. 하지만 예전부터 오늘은 꼭 연극을 보기로 약속을 해 두었다. 소풍이 끝나니 오후 4시! 약속은 5시에 지하철역이다.

   학교에 챙길 물건이 있어서 일단 학교로 왔다. 누구에게 전해 줄 책을 들고 학교를 나서서 약속 장소인 지하철역에 도착하니, 25분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시간이 없어서 미뤄두었던 머리카락을 자르기로 결심했다. 근처의 미용실에서 '컷트'를 하고 나오니, 약속시간이 5분 정도 지나 있었다. 서둘러 내려갔으나 아무도 없었다. 한참을 기다린 다음에야 연락이 되었는데, 오늘 약속을 까먹고 있었단다. 바로 남포동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남포동역에서 만나, 극장으로 갔다. 포스터를 통해 오늘 보려던 연극이 상연되고 있는 것과 시간을 다 확인했다. 공연시간을 생각하면서 저녁을 먹었다. 다시, 극장에 돌아와 매표소 앞에 섰으나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어야 했다. 하필이면 오늘, 특별공연을 해서-특정한 단체에서 모두 예약을 해서- 시간을 옮겨서 지금 공연중이라고 했다. 그 하고 많은 날 중에 왜 꼭 오늘이어야 했을까? 싶었지만, 달리 수가 없었으므로 그냥 집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그래도 살면서 연극도 몇 편 봤는데, 오늘처럼 황당한 경우는 정말 처음이었다. 몹시, 아주 몹시 피곤했으나,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잠도 잘 안 오더라. 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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