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노동절이었다.  우리 학교는 그날부터 시험이라 오전에는 약간 바빴는데, 전화기에서 반가운 이름이 떴다. 녀석들이 작년에 내가 있던 자리인 우리 학교 1층에서 나를 찾은 모양이었다. 3층으로 올라오라고 하면서도 내심 걱정이 되었다. 남은 시간이 20분 정도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전문대학을 다니던 녀석이랑 진학을 못한 녀석 둘이서 노동절이라 쉬는 날에 그래도 선생이라고 나를 찾아온 것이다. 한 녀석은 전문대학을 다니다 이번에 그만두고 삼성자동차 생산공장에 1년 계약직으로 들어갔다고 한다.(소위 말하는 비정규직이다.) 다른 녀석은 친구랑 같은 회사를 다니는데, 퇴근 시간이 너무 늦어서 계속 다녀야 할지 고민이란다. 

   저희들 둘, 사는 이야기를 묻고, 내가 들은 다른 녀석들의 소식도 대충 전해 주고, 또 녀석들을 통해 다른 녀석들의 소식을 전해 들으니 시간이 후다닥 가버렸다. 나는 곧 시험 감독이 있어 일어서야 해서 그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 그런저런 이야기 끝에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랬더니 한 녀석이 모터쇼 초대권을 슬그머니 내 놓았다.(한 녀석은 그 회사 직원이니 아마 사원에게 지급된 초대권일 것이다.) 그러면서 이번 스승의 날은, 공장에서 일하기 때문에 찾아뵙기 힘들거 같아서 쉬는 날 미리 찾아온 거란다. 그것도 1년에 딱 한 번 있는 노동절에 말이다. 그 말을 들으니 눈물이 핑 돌았다. 감독을 하면서도 내내 그 말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저녁에 한 녀석에게서 문자가 왔다. <선생님, 저희들 댁에 초대 한 번 안 해 주십니까?> 아! 맞다. 예전에 우리 집에서 저녁 한 끼 먹기로 했었지. 여태 그 약속을 못 지켰네. 이렇게 답 문자를 보냈다. <미안해. 알았어. 내가 날짜 잡아서 바로 연락하마.>

   나는 참, 무심한 선생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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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이최고야 2006-05-06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년에 딱 하루 쉬는 노동절에 옛 선생님을 찾아뵙는 제자를 둔 느티나무님이 부러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