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이벤트성 행사에 아주 약한 사람이지만 오늘 같은 날은 좀 특별하니까 기념 이벤트가 필요했다. 징크스도 아닌 것이 오늘이 무슨 기념일이면 항상 준비를 전날 밤 아주 늦게 하게 된다. 어제만 해도 학급운영모임에 가서 공부를 하고 마치니 저녁 9시 30분. 그제서야 허겁지겁 꽃집으로 가서 장미를 열 송이 사고, 담임회의 시간에 먹을 빵도 조금 샀다. 준비하면서도 '아, 이거 뻘쭘해서 어떻게 전해드리지?'하는 걱정만 앞서고, '괜히 했나?'하는 마음만 들었다.

   아침에 좀 늦게 일어났더니 정신없이 챙기고 있는데, 부지런한 해콩님께서 사과를 사 놓았으니 빨리 와서 나눠주기라도 해라는 연락이 왔다. 더 서둘러 집을 나서서 좀 가다보니 아뿔싸, 장미와 빵을 집에 그대로 두고 와 버린 걸 알았다. 늦었지만 어쩔 수 없어서 다시 돌아가서 챙겨들고 나와 코앞인 학교까지 택시를 타고 와야 했다.

   2학년 교무실에 들어와 보이는 여선생님부터 차례로 꽃 한송이씩 드렸다. 별 설명 없이 드려도 다 알아채시고, '여성의 날이라고 주는 거죠?' 묻는 분도 계셨다. 학년 회의 시작할 때 준비해 간 빵도 풀었다. 아, 그 전에 역시 재빠른 해콩님은 여성의 날을 챙겨온 여성이라는 푸념과는 달리 이미 선생님들의 책상에 먹음직스러운 사과를 두고 가셨다.

   아이들에게 해 줄 말이 없을까 싶어서 어제부터 자료를 뒤적였으나 썩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겨우 찾은 게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을까'라는 시 한 편. 꽃 한송이만 덩그러니 드린 게 못내 미안해서 선생님들께도 이 시를 보내드렸더니 좋다는 답장을 보내주셨다. 나는 수업시간에 들어가 아이들에게 읽어주기도 했다. 나만의 착각이겠지만, 시를 읽는 동안은 평소보다 약간 더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무튼 오늘도 분주한 하루였다. 수업이 끝나고 나서는 공부방 수업이 있는 날이기도 했으니 마음은 더 바빴는데, 수업을 끝내고 와서는 오랜 친구네 문상까지 다녀왔다. 얼른 긴 하루를 마감해야겠다. 할 말은 많지만, 여기서 참아야할까 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해콩 2006-03-09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 말 많은데 참으면 병 된다우~ ^^

느티나무 2006-03-09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이 와서 죽을 뻔 했는데요, 뭘~! 다른 건 아니어요. 어제 교감이랑 연구부장이랑 이야기해서 동아리 신입회원 문제 해결했어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