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략) 장교는 나이를 먹으면서 진급한다. 사병은 나이를 먹어봤자 사병으로 남는다. 실제 전투는 주로 사병이 하는 것이다. 그런데 거의 모든 사람이 사병으로 남으려 하지 않는다. 그래, 그럼 나는 끝까지 사병으로 남겠어. 오래 전부터 가졌던 생각이다.
   따라서 나에겐 나르시시즘이 있다. 내 딴에는 그것을 객관화함으로써 자율통제 하려고 애쓴다. 그러면 전투는 왜 하는가? 살아야하므로. 척박한 땅에서 사랑하고 참여하고 연대하고 싸워 작은 열매라도 맺게 하는 거름이고자 한다. 거름이고자 하는 데에는 자율통제가 필요치 않다. 욕망이 춤춘다. 그렇다. 나는 살아서 즐거운 '아웃사이더'이고 싶다. 시어질 때까지 수염 풀풀 날리는 '척탄병'이고 싶다.  -『빨간 신호등』의 책날개 중에서


   빨간 신호등의 책날개를 보고는 무릎을 쳤다. 바로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닌가? 나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 내가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생각하는 것이, 소통하는 것이, 깨달음을 나눌 수 있는 것이 즐겁다. 나는 언제가 되었든, 내가 교단에서 내려올 때까지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는 사람으로 남아있고 싶다. 나는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옳은 것, 아름다운 것, 인간다운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홍세화 씨의 경우처럼, 내가 교실에서 수염 풀풀 날리며 실제로 전투를 치르는 '척탄병'이고 싶어도 학생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쩔 것인가? 아마도 교사들도 일정한 나이가 되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두려워하는 것이 틀림없다. 그러니 아이들을 피해 모두 다 '관리자'가 되려고 알게 모르게 애를 쓴다. 비단 '관리자'가 되려는 것 뿐만 아니라 나이가 들면서 아이들과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다른 즐거움을 찾아서 관심을 돌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나도 아이들과 소통되지 않는 상황이 두렵다. 그러나 나는 이 두려움을 피하려고 딴전을 피우지는 않겠다. 이 두려움이 내가 교단에 선 그 날까지 계속되어서 끊임없이 나를 갈고 닦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이 글은 '빨간 신호등' 리뷰의 전반부이다. 그러나 배우며 가르치며라는 마이페이퍼에 써 두어도 괜찮을 것 같아서 옮겨 둔다.)

   오늘부터 특기적성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보충수업이 시작되었다. 우리 학교가 좀 심한 경우긴 하지만, 학생들은 1월 31일까지 계속 학교에 나와야 한다. 정말 아이들보다 내가 더 학교에 나오기 싫다. 그러나 학생들을 다시 만나고 나니 새로운 의욕이 솟는다.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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