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부모님과 우리 내외, 여동생 내외와 7개월 된 딸, 그리고 미혼인 남동생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12월  하순에 우리 가족들의 생일이 몰려있다. 아버지와, 매제, 나의 아내 생일이 모두 12월 하순이다. 그래서 이참에 모두 모여 세 사람의 생일을 축하하기로 하고 오래 전부터 지난 토요일에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이 약속이 위태로워졌다. 지금껏 건강하던 아버지께서 약간 몸이 불편해져서 어쩔까 싶었는데, 병원에 다녀오신 이후로는 괜찮아지셨다. 충남 공주에 살고 있는 여동생 내외는 지금껏 내린 눈 때문에 시간에 맞춰 내려오는 게  어렵다고 했고, 거제도에서 일하는 남동생은 야간으로 아예 저녁 늦게나 온다는 것이었다.

   나도 토요일이 공부방 송년잔치를 하는 날이라 공부방 식구들에게 미안하기는 마찬가지였는데, 그래도 수 년만의 가족 외식이라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서둘러 공부방 행사에 들렀다가 부모님을 모시러 갔다.[이 때는 낮에 부모님 댁에 들러서 부모님의 차를 빌렸다.] 부모님을 모시고 이제 우리집으로 가서 아내를 태우러 가는 데 눈이 펑펑 쏟아졌다. 우리집 앞에서 생일 케이크를 들고 눈을 맞으며 서 있는 아내를 태우고 나니 눈이 더 많이 날렸다. 우리가 가기로 한 식당은 양산에 있는 고기집인데, 만약 거기도 여기처럼 눈이 온다면 돌아오는 길이 큰일이었다.

   한 순간, 예약을 취소하고, 근처에서 저녁을 먹을까 싶기도 했으나 어떻게 마련한 자린데 싶어서 조금 더 가 보기로 했다. 다행이도 눈은 그쳤고, 저녁 7시 쯤에는 식당에 도착했다. 여동생 내외도 경주를 지나 한참 달려오는 중이라 식당의 위치를 알려주며 바로 오라고 했다. 8시가 조금 못 되어 도착한 식구들. 조카인 장 미(성은 張哥요, 이름은 아름다울 美)가 우리들에게 둘러싸여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는 동안 여동생 내외는 서둘러 저녁을 먹었다.

   진짜 기억에도 까마득한 우리 가족 외식이 이번에는 아주 좋았다. 남동생도 왔으면 더 없이 좋았겠지만, 집으로 오고 있다던 그 녀석은 연락도 잘 되지 않았다.(언제 철이 들려나?) 맛있는 저녁을 먹고, 식당에서 다시 우리집으로 왔다. 여동생 내외는 우리집이 처음이고, 부모님은 두 번째로 오신 것이다. 어색한 생일 축가가 끝나고, 케이크를 조금 나눠 먹고, 부모님과 여동생 내외는 늦게야 돌아갔다.

   앞으로는 가족들끼리 조금 더 자주 만나야겠다. 생각해 보니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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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5-12-19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족들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셨군요. ^^

느티나무 2005-12-19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랬답니다. 남들에게 일상적일 수 있는데, 저희 집에서는 좀 특별한 날이었거든요. 그래서 기억에 남아요.

아영엄마 2005-12-19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티나무님, 저희집도 그런 특별한 날이 거의 없어요. 친정부모님과는 거리가 멀어서 서울 오셨을때 일년에 한 두번 모시고 보고는 끝(이제 돌아가셨으니 영 그런 날이 없을거고..ㅡㅜ), 시부모님께서는 외식은 돈낭비라고 생각하셔서 모이면 집에서 모이지 나갈 일이 없네요. 시동생네도 여수라 멀어서 명절 때나 얼굴 보구요.. 아무튼 며느리 입장에서는 나가서 먹는 것도 화기애애하고 좋은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