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지면

 

- 윤제림

 

학습진도 절반도 못 나간 느림보 국어 선생처럼

큰일났다 시간 없어서, 시간 없어서.

이제 막 읽어 넘어가는 수밖에 없다,

따라 읽거라 정신 똑바로 차리고! 그러는 것처럼.

넘어가자, 내년에 또 배운다 하는 것처럼.

늦도록 놀던 바람은 "어서 가세, 심 소저" 그러는 것처럼,

남은 잎새들 "아이고 아버지" "아이고 청아" 그러는 것처럼.

 

사랑을 놓치다, 윤제림, 문학동네,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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