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밖이 환하다. 실눈을 뜨고 보니 동행이었던 김OO 선생님이 없다. 화장실에 있나? 다시 쏟아지는 잠. 얼마나 잤을까? 다시, 동행자들의 말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돌아왔나 보다. 가까운 피시방에서 돌아갈 기차표를 예매하고 왔다는 것 같다. 나도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

   평소보다 어질러 놓은 짐이 많다. 아침을 먹어야 하는데, 발가락에 잡힌 물집 때문에 나가기가 싫다. 두 분에게 간단한 아침을 사 와서 해결하자고 부탁해서 나가 있는 사이, 나는 숙소를 대충이나마 치웠다. 아침은 역시 빵과 우유. 이 정도면 아주 괜찮은 편이다. 일요일 아침, 느긋하게 텔레비전을 보면서 빵을 씹었고 짐을 꾸렸다.

   오늘은 서산마애삼존불을 보고 천안으로 가서 기차를 타기로 했다. 버스터미널까지는 꽤 먼 거리. 그래도 서산시의 중심지인 시장을 가로지르는 길이라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시장도 엄청나게 클뿐만 아니라, 아무래도 서해안 가까이에 있는 시장이라 그런지 생선과 해산물이 풍부했다. 이 시장도 일요일을 맞아 활기가 돌았다.

   여느 터미널과 비슷한 광경. 마애삼존불 입구까지 가는 시내버스를 탔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들판과 하늘은 막 비가 갠 맑은 모습이라 나는 사진기를 계속 만지작거린다. 사진을 찍어 두면 좋겠지만 차 안이라 원하는 대로, 이 느낌대로 사진을 담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찍지는 않고 속으로 '아름답다'는 감탄만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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