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O반의 미진, 태인, 태원, 현석, 경석, 도훈, 민성, 민현, 범석, 병규, 성환, 용준, 재성, 종민, 창범, 광규, 시윤, 민기, 우근, 찬, 한성, 호영, 호진, 교훈, 승호, 영창, 재민, 형민, 영준, 준호, 성석, 지훈, 민기, 현우, 창의, 성영, 광진, 희찬, 규화, 희성, 종경에게

 

   담임이 다정다감하고, 살갑고, 따뜻한 사람이었으면 너희들을 더 깊이 품었을 것이다. 그런데, 애초에 나는 그런 재능이 부족한 사람인 줄 잘 알고 있기에, 너희들의 이 힘든 고등학교 시절을 다만, 함께 견디는 것으로 내 마음을 표현하리라고 다짐했었다. 그게 앞으로 모진 세상 풍파를 겪을 너희들에게 선생인, 내가 해 줘야 할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결심대로 지난 2년 동안을 너희들과 함께 버텨왔다. 그 때문에 힘든 사람도 많았겠지만, 그랬기 때문에 우리는 그 시간 속에서 조금씩 성장했으리라고 믿는다. 아니, 그건 단순한 ‘믿음’이 아니라 객관적인‘사실’이다. 너희들은 훌쩍 자랐다. 몸도, 마음도, 생각도, 판단도, 생활도, 의지도, 꿈도, 모두 예전보다는 많이 성장했다.

 

   다만 아직도 만족을 모르는 내 눈높이가 문제다. 그렇지만, 원래 사람은 자기와 가까운 사람에게는 더 엄격해야 하는 법이다. 다른 사람들은 다 괜찮다고 해도 '아버지'는 아들의 장래를 걱정해서 길에서 오줌 누는 아들을 혼냈다는 이야기를 소개한 강희맹의 ‘아버지의 훈계’라는 글을 보면 알 수 있다. 그 글을 읽을 때마다 자식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죽은 그 아버지도 아들 옆에서 오래도록 아들의 삶을 지켜주고 싶었을 것이다. 어설픈 변명일지 모르나, 너희들을 보는 나 또한 그렇다. 결국 너희들은 내 인생에서 만난 ‘소중한 사람’,‘ 의미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나의 눈높이는 내려갈 줄 모르는 것이리라. 그 때문에 지금은 좀 고생하지만, 훗날 이 시간이 의미 있었다고 기억하게 될 것이다. 이제 곧, 네가 어떻게 시간을 보냈느냐를 평가받는 순간이 온다. 모두에게 행운을 빈다.

 

2014년 학생의 날을 축하하며 3-O반 담임 OOO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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