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학생들에게

 

  OO중으로 이어지는 학교 밖 산책로 안쪽에 누가 뿌려 놓았는지 예쁜 꽃이 가득합니다. 그 꽃을 볼 때마다 저는 어느 봄 그 화단에 꽃씨를 뿌린 사람을 생각합니다. 그가 어느 봄날 꽃씨를 뿌렸기에 이 가을, 우리 학교 화단이 환합니다. 그 꽃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밝습니다.

 

   그 때마다 제 자신을 들여다봅니다. 제가 지금 아이들의 마음에 꽃씨를 심고 있는지 묻습니다. 여러분들의 삶의 어느 한순간 제가 심은 씨앗 하나가 싹을 틔울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제 정성을 다해, 제 진심을 다해, 여러분들의 마음에 환한 꽃으로 필 씨앗 하나를 심고 가꾸었는지, 어느 봄 화단에 씨를 뿌려 환한 가을을 만든 분이 저에게 묻습니다.

 

   저는 화단에 핀 구절초가 참 예쁘다고 느낍니다. 화려해서 사람들의 눈길을 단박에 끌지는 않지만, 꽃에 눈높이를 맞추고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보면 볼수록 수수하고 은은한 매력이 있는 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다시 제 자신을 들여다봅니다. 저는 여러분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얼마나 눈높이를 낮추었는지를 생각해 봅니다. 여러분들을 얼마나 더 자세히 보려했는지 떠올려 봅니다. 여러분의 수수한 매력을 알아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화단에 핀 구절초가 말없이 저에게 묻습니다.

 

   그래서 저는 구절초를 볼 때마다 부끄럽기만 합니다. 화단에 씨를 뿌린 사람을 생각하기 전에, 구절초의 아름다움에 취하기 전에, 먼저 제 자신을 들여다보지 못한 까닭입니다. 앞으로 여러분들의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은 ‘학생의 날’입니다. 학생의 날을 맞아 생각해 볼 때 학생 신분은 굴레이기도 하고 축복이기도 합니다. 안타깝게도 굴레라고 느끼는 학생은 현재의 상황에서 조금 더 즐거운 일을 찾아보도록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축복이라고 느끼는 학생은 이 축복의 시간을 아껴 써 주시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교실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학생의 날,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 여러분들과 국어 공부를 하는 느티나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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