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우리 반은…….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말!

  저는 늘 잔소리가 많은 ‘선생’입니다. 이런 잔소리는 한편으로는 제 관심의 표현방식이기도 한데 아이들은 쉽게 달라지지 않는 걸 보면 소통방식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합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행동이라는 게 굳어진 습관이라서 변하는 게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으로 조금 가볍게 생각한 것도 사실이지만, 제가 나중에 따로 불러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아예 내 말을 귀담다 듣지 않은 경우도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제 이야기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으니, 아이들이 달라지지 않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겠지요?

  아이들의 마음에 난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말과 억눌린 가슴에 분노만 쌓게 하는 언어는 이미 교육을 한다고 하는 교사의 언어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학교 안팎에서 들려오는, 우리가 늘 보고 듣는 교사의 언어는 어떻습니까? 가끔 지나가다 들리는 말에도 제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저의 경우에도 누가 듣고 있다면 얼마나 민망하고 부끄러울까요?) 학생들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보고 듣는다면 민망한 수준의 언어입니다.

  제가 드리는 말씀이, 아이들을 야단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아실테지요? 아이들이 정말 자기의 잘못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 방법으로써 ‘교육적인 언어’를 써야한다는 것이 제가 드리는 말씀의 핵심입니다. 이건 그렇게 해야 한다는 당위의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해야만 실질적인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를 하더라도 아이들의 마음에 가 닿을 수 있는 말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의 호수 같은 마음에 가 닿아 잔잔한 파문을 일으킬 수 있는 말이 필요한 때입니다. 아이들의 마음에 닿은 그 한 마디가 아이들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는 시작입니다.

  이렇게 말만 번지르르하게 해 놓고 정작 교실에서의 실천은 젬병인 책상물림이 아닌지 저는 못내 조심스럽습니다.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 서로를 격려해가며 아이들의 행동에 진정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교사의 ‘말’에 대해서 고민해 보자는 뜻으로 짧게 적어 보았습니다. 좋은 일깨움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5월 우리반은

  늘 사소한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우리 반은-아니, 담임인 저만 그런지도 모르지요- 겉으로는 지각도 조금 줄어들고 서로의 말하기 방식을 조금씩 이해하면서부터 ‘안정적’인 상태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5월 내내 열심히 학급 날적이를 써 왔고, 이 날적이가 아이들과의 작은 소통 창구가 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든든합니다. 아직 아이들끼리의 상호작용으로까지 나가지는 못 했지만 올해는 유달리 날적이를 알차게 쓰는 학생들이 많아 기분이 좋습니다. 날적이의 시작 무렵에는 담임선생님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할 듯 합니다.

  5월에 학급 담임으로서 집중한 일 중의 하나는 점심시간 상담이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피곤하기도 하고, 약속이 겹치면 미뤄야했기 때문에 곤란한 경우도 생겼지만 아이들 한 루에 한 명씩 알아가는 재미도 참 좋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 녀석들이 언제 ‘선생’이랑 마주 앉아 자기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을까요? 일년에 기껏해야 한 두 번이겠지요? 아이들에게도 기껏 일 년에 한 두 번 찾아오는 기회를 잘 살려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교사는 아이들에겐 여전히 어려운 ‘어른’인가 봅니다.


  6월에는 새로운 시도를 해 볼 여유가 생길까요? 아이들과 토요일 점심을 한 번 먹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중간고사 끝나는 날, 그 재미있다는 수박먹기대회를 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아울러 그 날은 마음 놓고 학급체육대회도 해 볼 생각입니다.

  아직 아이들과의 첫 번째 이야기는 다 끝나지 않았지만, 6월 중에 다 끝나더라도 두 번째로 다시 이야기를 해봐야지요. 아이들과의 이야기야 말로 교사의 교육활동의 시작이자 끝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 가지로 심란한 하루였습니다. 오늘 하늘도 참 맑았는데 말이지요.

                                                                                            [느티나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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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굼 2005-06-01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하루는 하루 종일 아이들하고 이야기 하면서 지내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느티나무 2005-06-01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시간 내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지만, 현실은 현실대로 인정하고 거기에서 출발해서 다시 최선을 다하면 되지 않을까요? 정말, 아이들과는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sa1t님, 댓글 고맙습니다.

심상이최고야 2005-06-03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이들에게 어떤 '말'들을 했었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니 부끄러워 집니다. 참...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