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근무하던 학교의 학생인 OO이. 직접 수업시간에 가르쳐 본 적은 없었지만, 나랑은 인연이 꽤 있었다. 맨 처음 그 녀석이 입학했을 때, 모두들 OO이, OO이 했었다. 학급 반장으로 공부도 잘 하고, 행동도 반듯해서 선생님들의 칭찬이 자자했는데, 나도 얼핏 그 이름을 기억해 두었던 것 같다. 그러다 우연히 도서실에서 책을 빌리러 온 녀석을 보고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네가 OO이야?"
"예? 아, 예!"
"무슨 책인데, 한 번 봐! 우와 제법인 걸?"
"......"
이렇게 서로 인사를 나누고 가끔은 도서실에서 몇 번 보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러다 지난 여름에 공부하는 모임에서 주최한 여름캠프에 '안해'가 이 녀석을 데리고 왔다. 마침, 나랑 같은 모임에 들게 되어 우리는 죽이 잘 맞아서 놀았다. 녀석이 리더십을 잘 발휘해 준 덕분에 모둠의 분위기가 아주 좋아져서 함께 한 나는 아주 기분이 좋았다.
2학기에는 OO이와 조금 더 친하게 지냈다. 도서실에도 자주 놀러왔으며, 한동안 서재를 꾸미기도 했었다. 그리고 교내 토론대회에도 참여해서 부산시 토론대회에도 함께 나가기도 했다. 이후로도 가끔 도서실에 얼굴을 비추는가 싶더니, OO이가 갑갑한 학교가 싫어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다가 어제 OO이가 자퇴를 결심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안해로부터 들었다. 이미 부모님께서도 자퇴서류를 챙겨가셨고, 녀석의 결심이 확고해서 몇 분의 선생님들의 충고도 소용없다는 말도 붙였다. 문자를 보내 놓고 조금 있으니 전화를 해 왔다. 검정고시로 대학을 가겠다고 했다. 이미 결심은 확고하게 섰다.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지 굉장히 자의식도 강하고, 자기 생각이 뚜렷한 녀석이었다. 녀석과의 대화의 일부!
"OO아, 언제 자퇴서 낼 건데?"
"5월을 넘기고 싶지 않아요."
"자퇴서 내는 날은 뭐 할 거야?"
"글쎄요, 아직 생각 안 해봤는데요"
"그래, 그럼 자퇴서를 낼 때는 꼭 오전에 내라"
"왜요?"
"네가 자퇴한 역사적인 날이잖아. 우리 같이 기념해야지. 자퇴서 내고 우리 학교로 놀러 와라. 그럼 내가 점심 사줄게"
"그래도 돼요? 알겠어요."
전화를 끊고 나서 내 마음이 착잡했다. OO이에 관해서 안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학교를 그만두고 나온 OO이가 우리 학교로 찾아온다면 나는 어떻게, 무슨 말을 하며 맞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