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셨습니까? 선생님! 지난 한 주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새로운 학교에 와서 담임을 맡은 지 겨우 두 달 조금 지난 저는, 한없이 쑥스러운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정말, 스승의 날을 2월로 옮기든지, 아예 형식적인 기념식을 폐지하든지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선생님, 저는 매년 '스승의 날'에는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재미가 있어 조금은 견딜만 합니다. 디지털사진기가 없었을 때는 필름사진기로, 몇 년 전부터는 디지털사진기로 교실에서 저희반 학생 한 명 한 명과 제가 나란히 사진을 찍었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자기반 교실에서 담임과 함께 찍은 자기 사진을 가지게 되는 셈이지요.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해서 찍는데요, 제가 업히기도, 녀석이 제 등에 업히기도 하고, 어깨동무도 하고, 팔장도 끼고, 어색한 폼을 잡기도 하고... 사진을 찍을 때 꼭 이렇게 말합니다. (또 유달리 사진을 찍기 싫어하는 학생이 있는데 이 날만은 스승의 날이니까, 제 말을 좀 들어줍니다.)

   먼 훗날 이 사진 한 장이 너희들의 고등학교 생활을 기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그럴 리는 없겠지만 나를 찾아올 일이 있으면 이 사진을 꼭 들고와야 내가 네 담임이었다는 사실이 증명될 것이라고 말이지요.ㅎㅎ

   올해 찍은 사진은 게을러서 아직 인화해서 나눠주지는 않았습니다. 얼른 해야겠네요. 혹시나 우리반 학생 중에 제 담임과 찍은 사진 한 장을 자기집 책상의 유리 밑에 고이 끼워두는 녀석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스승의 날'이 하도 뻘쭘해서 이렇게 해 오고 있는데, 옳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제가 해 본 게 이런 거 밖에 없으니 참고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5월 18일에는 좋은 말씀해 주셨는지요? 17일 밤 늦게 '5/18 동영상 CD' 구하신다고 저희 집을 다녀가신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제가 속으로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그 CD를 집에, 학교에, 이제는 한 구석에 밀쳐두고, 먼지만 마시고 하고 있던 제가 참 무심한 교사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이들에게 4.19에, 노동절에, 5.18에 한 마디라도 하고 지나가야하는데...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5.18이면 떠오르는 시 한 편 보냅니다. 사실, 5.18과 별로 관련은 없지만 저는 이맘 때는 늘 이 시가 떠오릅니다. 아마도 늘 교실에서 겪게 되는 일이라 그런가 봅니다.

 

  교실 풍경


 - 신현수


(너무나 감격스러운 어조로, 약간 눈물도 글썽이며)

너희들이 태어나던 해에 우리나라 남쪽에서

아주 불행한 일이 있었단다.

어떤 욕심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게 위해서

아무런 죄도 없는 많은 사람들을 총으로 칼로 죽였단다.

그 후에도 그 일을 다른 곳에 알리고자 한 사람

그 일이 잘못되었다고 말한 사람들이

계속 피를 흘리면서 죽어갔단다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아

이제 정부에서 그 공로를 인정하고

그날 이후의 희생된 넋들을 기리기 위해

오늘부터 기념일로 제정하기로 했단다, 얘들아


(멀뚱멀뚱한 표정으로)

선생님! 그럼 내년부터 5월 18일날 놀아요?

 

   좋은 글 놔두고 앞에 쓸데없는 말이 너무 길었습니다. '생태기행'(5월 22일) 잘 다녀오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부탁 말씀 드릴 일이 있습니다. 이 메일 열어보시는 선생님, 읽어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만, 옆에 앉으신 다른 선생님들께 읽/을/ 만/한/ 메일이 가끔씩 오더라고, 넌지시 한 말씀만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답장과 좋은 글도 언제나 환영합니다. 학교에서 힘차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진우도에 다녀와서 곧 소식 전하겠습니다.

나를 키우는 말


 - 이 해 인

 

행복하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정말 행복해서

마음에 맑은 샘이 흐르고


고맙다고 말하는 동안은

고마운 마음 새로이 솟아올라

내 마음도 더욱 순해지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잠시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마음 한 자락이 환해지고


좋은 말이 나를 키우는 걸

나는 말하면서

다시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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