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O반, 학부모님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오늘은 10월 23일입니다. 개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지난 8월말에 편지를 드린 이후로 딱 두 달이 지났습니다. 그 때만 해도 한창 여름이었던지라 짧은 소매 옷을 입고도 땀을 쏟았었는데, 오늘은 얇은 점퍼를 입고 있어도 쌀쌀하게 느껴집니다. 뒤돌아보면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갑니다. 지난 2월말 이 녀석들과의 첫 만남을 앞두고 설레었던 게 며칠 전 같은데, 이제 보름 후면 이 녀석들이 수능시험을 봅니다.

 

   지난 9월에는 수시 지원 기간이라 조금 바빴습니다. 우리 반에는 수시 지원을 안 한 학생도 있지만, 대체로 3-6번 정도 현재 자신의 내신 성적과 작년도 입시결과를 비교해 보면서 지원을 다 했습니다. 아직 정시를 남겨둔 상태라 조금 욕심을 부리기도 했는데, 결과가 어떨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했으니 지금은 그저 차분하게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요즘 조금씩 수시 모집에 대한 결과가 발표되고 있습니다. 필요하시면 지원한 대학교의 홈페이지에 입시일정(합격자 발표일)이 자세히 나와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학생이 수시모집에 지원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 기간에 학교로 오신 학부모님을 만나 뵙고, 인사를 드리고, 진학상담도 하고, 또 학부모님들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부모님의 말씀을 통해 제가 잘 모르던 학생의 다른 모습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굳어진 제 생각을 교정할 수 있는 이런 기회가 학년 초에 있었더라면 더욱 좋았겠다,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고, 남은 기간만이라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애를 써야하겠습니다.

 

   요즘은 학교가 비교적 조용합니다. 그 많던 ‘병-조퇴’ 학생들도 이제는 수능이 코앞이라 그런지 많이 줄었습니다. 최근에는 자습시간에 집중력도 아주 많이 좋아졌습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수능 마무리 전략과 건강관리입니다. 평소에도 자주 강조하는 것이지만, 너무 늦은 시간까지 깨어있지 말고 일찍 잠들고 마무리 공부는 학교에서 할 수 있도록 가정에서 관리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집에서 늦게까지 깨어서 공부하거나 다른 일을 하면 다음날 반드시 학교에서 자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막바지에 이르면 점점 자기의 부족한 점이 눈에 더 많이 띄어서 조급한 마음에 밤에 무리할 수도 있는데 그러면 그 여파가 며칠을 가기도 합니다. 이제는 수능 시험 시간에 맞춰서 낮에 최대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몸 컨디션을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가능하면 늦게 잠들지 않도록 가정에서 신경 써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평소의 환경을 바꾸려는 유혹에 빠지기 쉬운데 경험상 별로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익숙한 환경에서 마음을 다잡는 것이 훨씬 공부에만 집중하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는 건강관리입니다. 감기라도 걸리면 컨디션이 나빠지고, 집중력도 떨어집니다. 얼른 낫기 위해서 약을 먹으면 졸려서 또 제대로 공부하기도 힘듭니다. 그래서 이 소중한 시간을 며칠씩 허비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학교에서도 무리한 일정 없이 평소 하던 대로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울러 남은 시간까지 꾸준히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격려 많이 해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지금까지 해 오던 자습은 11월 3일(토)에 마무리합니다. 11월 7일에야 본인이 어느 학교에서 시험을 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오전에 학교에서 수험표를 받고, 오후에는 시험장 학교에 가서 교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8일에는 도시락을 준비해서 8시까지 해당 고사장에 입실해야 합니다. 수능 이후에는 지원한 대학교별로 면접고사가 이뤄지는 한편, 학교 일정에 따라 대학교 탐방 등의 체험활동을 합니다. 수능시험 결과는 11월 28일(예정)에 나옵니다. 이 때 대부분의 대학교에서 수시모집 최종 결과를 발표합니다. 이후 12월 초에 다시 정시모집 지원 상담을 합니다.

 

   부모님께서도 오래 동안 애 많이 쓰셨습니다. 저도 마지막까지 학생들과 함께 이 시기를 견뎌보겠습니다. 늘 따뜻하게 대해 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평안하시길 빕니다.

 

 

2012년 10월 23일, 3-O반 담임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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