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첫 번째 음악실 모임은 어땠나? 역시 사연이 있는 노래는 언제 해도 재밌던데. 우리 모두는 비록 어느 한 순간의 마음이라도 다른 사람에게 자기 마음을 살짝 보여줄 수 있다는 용기를 가졌다는 게 참 좋아 보였어. 꾸미고 감춰서 ‘착한’ 네 마음이 아니라 날 것 그대로의, 그래서 더욱 아름답고, 진심이 담긴 네 마음을 엿볼 수 있었던 그 순간을 통해 우리는 서로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노래를 잘 부르는 것도, 못 부르는 것도 중요하지 않지. 단지 네가 고른 그 노래를 끝까지 부르는 것만 중요할 뿐이다. 흐지부지, 말장난으로 흐르지 않고 진심을 말해 준 네 이야기와 노래를 부를 때 살짝 떨렸던 너희들 목소리가 아마 오래 기억될 거야. 시간이 한참 지나 이 모임을 추억할 때면 우리의 지난 목요일의 장면도 분명 선명한 기억의 한 장면으로 떠오르겠지?

 

   시 낭송도 그 전까지는 어떻게 해 볼까, 하는 생각이 많았는데, 내가 이야기를 꺼내려는 그 때 그 순간에 반짝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약간 쑥스럽고 어색한 상황이었는데도, 모두 자기 역할을 잘 해서 무대를 바라보는 사람이 재미도 있었다. 더구나 낭송자와 진행자의 역할을 번갈아 맡은 경험도 처음에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해 놓고 보니 아주 좋은 결과였던 거 같다. 우리 동아리 회원들은 모두 무대 체질? 아니면, 평소에 토크쇼를 너무 많이 봐서? 아무튼 보는 나는 재미있었는데 너희들에겐 어땠는지 잘 모르겠네.

 

   아무튼 그렇게 나름 재미있는 모임은 지나고 이제는 다음 모임 이야기를 해 봐야겠다. 일단 날짜부터 정해야 하는데, 2주 후라면 10월 4일인데 아무래도 시험이 며칠 남지 않아서 자율학습을 몽땅 빼기가 부담스럽지? 우리 그럼 27일에 바로 모임을 할까? 책은 이미 오래 전에 줬으니 슬슬 읽고 있는 사람도 있을 거 같은데…… 어때? 괜찮을까?

 

   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는 이제 막 앞부분을 읽고 있겠지? 어때, 기대했던 대로 재밌는 거야? 아니면 벌써부터 지루해서 실망스러운 건가? 아니면 어려운 개념 때문에 읽는데 고생하고 있나? 음, 보통의 고등학교 2학년 정도면 그리 쉽게 읽을 수 있는 수준의 책은 아니고, 좀 어려운 게 당연할 듯하다. 그러니 몇 쪽 읽고 어렵다고 책 덮지 말고, 영화 한 편씩 나눠져 있으니 어려운 부분은 넘기고, 흥미 있는 영화가 나오는 부분이나 읽기 편한 철학의 개념이 소개되어 있는 곳부터 골라 읽어도 좋다.(그렇게 해서 결국은 다 읽어야겠지?) 작년에 2학년 학생들에게 이 책 중에서 슈렉을 소개한 부분을 읽히고, 영화 앞부분만 조금 봤던 기억이 난다. 애들 좋아하더라. 책을 읽고 보는 영화는 또 다른 느낌이라고 하더라구. 아마 우리의 이번 모임도 분명 그럴 거야.

 

   숙제는 (늘 똑같아서 평소엔 숙제에 넣지도 않았지만) 1)책 읽은 느낌 말하기. 그냥 모임시간에 퍼뜩 생각난 거 말고 책을 다 읽은 후 덮으면서 들었던 생각이나 느낌을 정리해서 말하기로 하자. 2)책을 읽고 난 다음에 보고 싶은 영화 선정하기. 이 책에 소개된 영화중에서 어떤 영화를 보고 싶은지, 당연한 말이겠지만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써 오렴. 3)내 인생의 영화 소개하기. 내가 본 영화중에서 친구들이 꼭 봤으면 하는 영화를 골라서 추천 이유 함께 쓰기, 이상 세 가지이다.

 

   이번 모임은 여러 가지로 좀 애매한데 같이 영화를 보고 얘기를 나누려면 숙제 발표할 시간이 없을 것이고 생활나누기도 시간을 내기가 어려울 것 같다.(이번에도 아주 멋진 생활나누기 숙제를 준비했었는데, 이건 다음에 써 먹어야겠다.)

 

   우리는 누구나 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 강한 척, 아무 문제가 없는 척하며 살고 있지 않나? 그런데 너희들도 조금씩 느끼겠지만 사실 사는 게 어디 꼭 그렇기만 하나? 물론 정도의 문제겠지만, 항상 괜찮고, 늘 강하고, 전혀 문제없이 사는 사람은 없다는 거, 그냥 그렇게 사는 것처럼 보일 뿐이라는 거 조금씩 느끼고 있을 테지. 단 하나 주의할 점! 나만 불행하고, 아프고, 괴롭다고 착각하지만 않으면, 툭툭 털어낼 수 있는 걸 내 감정에 빠져서 허우적거리지만 않으면 된단다. 그러고 보면 이 잔소리의 결론은 자기를 있는 그대로 들여다본다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이라고 볼 수 있겠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응시하는데 무척 유용한 수단이 책읽기란다. 그래서 책 읽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믿는다.(잔소리는 고질병!)

 

-9월 24일 아침에, 느티나무가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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