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님, 더운 여름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직 막바지 무더위지만, 밤이면 더운 열기, 그 맹렬한 기세의 틈으로 조금씩 가을바람이 묻어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네, 지난 여름, 녀석들도, 저도, 정말 유례가 없는 뜨거운 날들을 보내고, 오늘 개학한 첫날부터 이렇게 교실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습니다. 이제 이 태평스러웠던 녀석들에게도 조바심을 내며 긴장하는 분위기가 조금씩 느껴집니다.

 

   여름 방학은 보충수업이 늦게 끝나서 방학이라는 말을 붙이기도 무색했지만, 녀석들의 인생에는 이제부터 방학다운 방학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내년에도 다람쥐처럼 쳇바퀴를 돌아야 하는 저로서는 내심 부럽기도 합니다. 이번 보충수업 때는 지각과의 전쟁이었습니다. 오늘 확인해 보니 반복되는 지각 때문에 쌓인 벌점이 꽤 많았습니다.(이거 다 청소로 지워야 하는데……) 점심을 먹고 난 오후에는 5시까지 자습이 이어졌습니다. 자습 시간에 축 늘어져 있는 녀석들을 보면서,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너희들 인생에서 이런 일은 딱 한 번이다, 인생에서 이런 맛도 봐야 하는 거다, 는 마음 사이를 오가며 외줄을 타면서 지냈습니다. 그러면서 겉으로는 또 녀석들과 실랑이도 하고 토닥거리기도 하면서, 그렇게 서로의 생활이, 마음이 얽히니, 미운 정도 정이라고 그 며칠에 녀석들은 어찌 사나 또 궁금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며칠 전에 문자메시지로 말씀 드린 것처럼 학교는 이제 수시 지원 체제로 바뀌었습니다. 특수대학은 벌써 접수를 시작했고, 부산 지역의 주요 대학들도 9월 초(주로 9월 3일부터) 부터 수시 접수 기간입니다. 올해 수시 지원은 6회로 횟수의 제한이 있어서 지원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합니다. 제가 부탁드린 것처럼 자녀와 충분히 상의하시고, 수시 지원 여부, 지원 대학/학과 등을 결정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또 예년의 경우를 보면 수시에 지원을 해도 합격률이 극히 낮은데 그 때부터 마음이 들떠서 정작 중요한 수능시험을 망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수시 합격도 최저등급 커트라인을 설정한 대학이 많으니 수능시험까지 잘 쳐야 합격하는 것입니다. 끝까지 방심하지 않도록 가정에서 다독여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수시 지원에 대해서 상담을 원하시면 다음 주 8월 30일(목) ~ 9월 1일(토) 사이에 학교에 오시면 됩니다. 미리 전화나 문자메시지 주셔서 상담시간을 정하고 방문해 주시길 바랍니다. 평일은 7시 30분 이후부터 10시까지, 토요일은 오전 10시부터 5시까지, 저와 약속한 시간에 오시면 됩니다.(의무 참여가 아니라 원하시는 학부모님께서만 연락주시면 됩니다.)

 

   이제 수능이 딱 80일 남았습니다. 그런데 내일부터는 3학년 2학기 중간고사 기간입니다. 학생들은 아무래도 2학기라 시험 준비에 소홀한 상황입니다.(수시 모집에 지원하는 경우, 내신 성적은 3학년 1학기 성적까지 반영합니다. 수능 이후 정시 모집에 지원하는 경우는 3학년 2학기 성적까지 반영됩니다.) 일찍 귀가하는 학생들이 중간고사 기간만큼이라도 시험 준비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가정에서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9월 4일에는 수능 출제 기관인 평가원에서 주관하는 모의 수능 시험이 있습니다. 이 시험은 그 해에 수능 시험에 응시할 대부분의 학생들(재수생 포함입니다.)이 참여하기 때문에 해마다 실제 수능과 비슷한 결과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 학생들에는 본인의 진짜 실력을 가늠할 가장 중요한 기회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약 두 달 후, 11월 8일에 수능 시험을 봅니다. 그렇게 따져 보니 이제 막바지입니다. 지금은 다른 잡념은 버리고,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하기만을, 자기가 가진 능력만큼이라도 실전에서 제대로 발휘해 주기만을 부모님이나 저나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각자가 닦은 집념과 열망, 부모님의 간절한 염원이 합쳐져서 모두가 원하는 결과를 손에 쥘 수 있기를 빕니다.

 

   다음 달에 다시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때까지 학부모님의 가정에 평안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2012년 8월 20일, 개학 첫날, OO고등학교 3-O반 담임 느티나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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