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두아르도 갈레이노 지음, 조숙영 옮김, 르네상스, 2004


어느 가족 이야기


   니콜라스 에스코바르가 가장 좋아하는 이모가 파라과이의 수도 아순시온 자택에서 매우 편안한 죽음을 맞았다. 니콜라스는 TV 앞을 떠날 줄 모르는 여섯 살 꼬마였다. 이모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니콜라스는 이렇게 물었다. "이모는 누가 죽였어?"


-124쪽



가난


사람들이 말하는 가난한 사람이란 낭비할 시간이 없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가난한 사람이란 조용하게 살 수도 없고, 조용함을 살 능력도 없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가난한 사람이란 나는 법을 잊어버린 암탉의 날개처럼 걷는 법을 잊어버린 다리를 가진 사람들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가난한 사람이란 쓰레기를 먹으며 마치 음식이라도 되는 양 돈을 내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가난한 사람이란 마치 공기라도 되는 양 10원 한 장 내지 않고 똥을 먹을 권리가 있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가난한 사람이란 텔레비전 채널 두 개를 놓고 하나를 택할 자유외에는 아무런 자유도 없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가난한 사람이란 기계와 함께 열정적이고 극적인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가난한 사람이란 항상 다수지만 항상 외로운 사람들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가난한 사람이란 자신들이 가난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265쪽



농담이야 2


   모스크바를 빠져나오던 차 한 대가 산산조각이 났다. 잔해 속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운전자는 이렇게 신음했다.


" 내 메르세데스...... 내 메르세데스......"


누군가 말했다.


"하지만 선생...... 차가 무슨 소용이요? 팔 하나를 잃어버린 걸 모르시겠소?"


팔이 잘려 나간 자리를 쳐다보며, 그는 이렇게 흐느꼈다.


"내 롤렉스...... 내 롤렉스......"


-2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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