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선생

 

 -  양정자

 

 

어린아이에서 사춘기로 고통스럽게 진입해 들어가는

번민 많은 아이들을 가득 싣고

슬픔의 캄캄한 터널 속을 빠져나와 달리는

성장의 급행열차가 잠시 멎는

시골의 쓸쓸한 간이역 같은 중학교

거기 몇십년씩이나 서서

손을 들어 달리는 그 기차를 멈추게 하고

멎은 기차를 또다시 출발시키는

해마다 늙어가는 기차역원 같은

돈도 명예도 없고

있었던 실력도 오랜 세월 쓰지 않아 녹이 다 슬어버린

허름한 중학교 선생

스치며 지나가는 아이들의 속력은 너무 빠르고 바빠

몇 년 지나면 마침내

아무도 찾지 않고 잊혀지는 중학교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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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4-11-19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이역.. 처음 발령 받아서 반 아이들이랑 너무 많이 싸우던(아이들로부터 왕따도 당했답니다.. 지금은 추억이지만, 그땐 정말 무진장 아팠어요) 그 해, 그런 생각을 했어요. 교사는 '간이역' 같은 존재가 아닐까? 내가 아무리 욕심부리고 내 맘대로 안된다고 투정부려도 아이들에게 교사는 스쳐지나가는 '역'같은 존재가 아닐까.. 더 욕심부리지 말자.. 그러면서도 못내 아쉬워했던 기억.. 장안사 척판암이라는 암자를 겨울에 오르면서 그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새롭네요. 이 시를 읽으니.. ㅋㅋ 그리고 요 며칠 샘 말씀대로 욕심을 좀 비워냈더니 덜 억울해요. 역시 '간이역' 역할에 만족해야할까봐요~

느티나무 2004-11-19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 년 지나면 마침내

아무도 찾지 않고 잊혀지는 중학교 선생



딱 맞는 말인거 같네요. 한 두 해는 반짝 찾다가도 -일종의 체면치레겠지요.- 어느새 자연스럽게 잊혀지니까요. 누군가에게 평생토록 기억된다는 것 - 한편으로는 욕심일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한 일이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