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담, '살아간다는 것' 해설

   중국의 문호 노신은 삶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제자이자 연인 허광평에게 이런 편지를 적어 보낸 적이 있다.


   인생이라는 장도에는 큰 난관이 두 개 있다. 갈림길과 막다른 궁지가 그것이다. 갈림길에서는 묵적 선생도 통곡하다 돌아갔다고 하지만, 나는 울지도 돌아가지도 않고 우선 갈림길 앞에 앉아 쉬거나 한숨 자고  괜찮을 만한 한 길을 택해 계속 걸어갈 것이다. 가다 정직한 사람을 만나면 음식물을 달라 해서 허기를 달래되, 길을 묻지는 않으련다. 내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그 길을 선택하였기 때문이다.


   호랑이라도 만난다면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가 놈이 배고픔을 참다못해 제 갈 길을 가면 그때 내려올 것이고, 끝내 가지 않는다면 나무 위에서 굶어죽는 한이 있어도 혁대로 몸을 꽁꽁 묶어두고 시체마저도 놈에게 먹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무가 없다면 놈에게 잡아먹히긴 먹히되, 놈을 한입 물어뜯어도 무방할 것이다.


   다음으로 완적 선생도 대성통곡을 하고 돌아갔다는 막다른 길에서는 갈림길에서처럼 성큼 걸어갈 것이고, 가시밭길이 가로막는다 해도 여전히 걸어갈 것이다. 다만 온통 가시밭뿐이어서 결코 갈 수 없는 길은 분명 한 번도 맞닥뜨려본 적이 없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 본래 막다른 궁지란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내가 다행히도 그런 지경에 데이지 않았거나.


   갈림길과 막다른 길. 노신은 사람이 한평생 살아가면서 가장 어려운 지경을 이 두 개의 난관으로 집약하였다. 특히 막다른 길에 대해 온통 가시밭길뿐이어서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그런 간 데 없는 지경은 한 번도 닥쳐본 적이 없노라고.


295-2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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