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토요일 오후 3시

- 나는 남포동에 있었다. 공부방 교사 모꼬지가 있는 날이었다. 3시 정각! 다들 어디에 있다 나오는 것인지 모두 제 시간에 모였다.(한 분은 늦게 오신다고 해서 세 대의 차 중에서 한 대만 남고 출발했다.)

O 토요일 오후 4시 30분

- 우리의 목적지인 콜핑하우스에 도착했다. 가는데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었다. 통도사 출구를 놓쳐서 언양까지 돌아갔다가 왔다. 통도사 맞은 편에 있는 콜핑하우스로 가는 길은 절경에다 늦가을의 정취가 가득했다. 콜핑하우스도 생각보다 깔끔하고 주변 경관도 아주 좋았다.

O 토요일 저녁 7시

- 저녁을 먹었다. 공부방 수녀님들이 준비해 오신 무농약 상추, 시금치, 배추를 비롯해서 각종 야채와 구이용 삼겹살, 대하, 해물까지 곁들여서 잊을 수 없는 맛난 저녁이었다. 군고구마도 만들고 포도주도 곁들였다. 밖은 조금 쌀쌀하기는 했지만, 무수한 밤하늘의 별과 졸졸 흐르는 계곡 물소리로 행복했다.

O 토요일 저녁 9시

- 수녀님들은 돌아가시고 선생님들만 남았다. 적당히 배도 부르고, 가벼운 술잔을 곁들여서 각자 살아온 이야기를 풀었다. 그리고 자신이 살고 있는 현재의 모습도 이야기를 했다. 부자 열풍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고, 영화 이야기, 사업 이야기... 많은 이야기로 밤은 아주 깊어 갔다.

O 토요일 저녁 12시

- 밖에서의 자리를 정리하고 방안에 들어와서 앉았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되었다. 게임은 사람을 금방 친하게 하고,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게임을 하다 보니 어느새 새벽 3시가 되어도 피곤한 줄 몰랐다.

O 일요일 새벽 3시

- 자리를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방안은 너무 더워서 혼자 거실에 이불을 깔고 누웠다.

O 일요일 아침 8시

- 눈을 떴으나 며칠간의 피로가 쌓인 탓인지 정신이 맑아지지 않았다. 남들은 식사준비로 바쁜데 방안에 들어가서 눈을 좀 더 붙였다. 나중에 운전해야 하기 때문에 잠이 부족한 건 곤란한 일이다.

O 일요일 아침 10시

- 비몽사몽의 두 시간이 지나고 잠을 깨어 다같이 아침 식사를 했다. 여전히 푸짐한 식탁. 다른 선생님들 덕분에 맛난 아침을 먹었다. 식사 준비를 못한 탓에 열심히 설거지와 청소를 했다.

O 일요일 오전 11시

- 콜핑하우스를 나와 통도사로 갔다. 통도사는 갈 때마다 가고 싶지 않은 절이다.(그렇지만 너무도 자주 가게 된다.) 통도사는 사람이 너무 많다. 정말 거기에 스님들만 살지 않는다면 '시장'일 정도로 사람들로 북적인다. 통도사 앞의 그 많은 모텔들은 또 어쩌자는 것인지...

O 일요일 오후 14시

- 집에 도착했다. 고속도로를 타니 금방 부산에 왔지만 동아대학교에 잠시 들러와야 했기 때문에 정작 집에는 조금 늦게 왔다. 서둘러 좀 씻고, 옷을 챙겨 입었다. 3시, 박OO 선생님의 결혼식이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또 차를 몰고 나왔다.

O 일요일 오후 3시 30분

- 예상대로 결혼식에 늦었다. 근처에는 일찍 도착했으나 지독하게 일이 꼬이는 바람에 주차할 곳을 찾지 못했다. 주차하기까지의 과정은 그야말로 거의 최악이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신부와 눈인사를 나누고 학급운영모임의 선생님들과도 만났다.

O 일요일 오후 5시

- 송정에 도착했다. 바닷가에 왔으나 별다른 감흥이 없다. 오늘은 감흥을 느끼기엔 너무 피곤했나 보다. 근처에서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으면 끝인 줄 알았는데 영화를 본다고 했다.

O 일요일 오후 7시

- 해운대 스펀지에서 주홍글씨를 보았다. 영화는 내용을 두고 글을 써 보고 싶을 만큼 매혹적이었다. 많이 피곤했으나 졸지 않고 다 보았다. 그 만큼 재미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몸은 아주 힘들었다.

O 일요일 저녁 10시

- 다시 다른 선생님들을 모시고 예식장 근처로 왔다. 각자의 차가 근처의 할인점에 주차되어 있기 때문이다. 짧았지만 긴 시간을 함께 했던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이제는 모두 헤어졌다.

O 일요일 저녁 12시

- 피곤으로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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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0 09: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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