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신월중학교의 박경화선생님께 부탁해서 강연회를 열었다. 거침없는 입담과 오랜 경험과 성교육에 대한 투철한 신념, 그리고 무엇보다도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분이라는 소문을 익히 듣고 있었던지라 보름 전에 강연을 부탁드려 놓고는 내심 설레였다. 강사 섭외도 시원시원하게 응낙해 주셔서 너무 고마웠고, 준비물도 별달리 부탁하시는 것이 없어서 준비하는 사람으로서 얼마나 편했는지 모른다.

   한편으로는 강연회에 선생님들이 적에 오시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되었기에, 선생님들께 메일도 보내고, 문자메세지도 보냈는데도 얼마나 오실까, 120석 자리가 텅텅 비어 있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늘 이런 걱정이다. 문제는 사람이다. 어느 곳에도 사람이 잘 모이지 않는다. 사람 모으는 것이 젤 큰 일이요, 걱정이다. 사람들은 '돈내라'고 하면 아깝지 않게 낸다. 그러나 시간 좀 내 달라면 모두 '바쁘다'고 한다.

   5시에 우리 학교에 열리기로 한 강연회에 정작 나는 늦게 참석했다. 8,9교시 수업이 있었기 때문인데, 그래서 더욱 수업이 없는 시간에 강사님과 연락하실 선생님을 대신 정하고-길을 잘 모르시기 때문에- 행사 준비를 끝내야 했다. 아무튼 내가 수업을 하고 있는 동안 행사는 무사히 시작되었는가 보다. 수업이 끝나고 저녁도 안 먹고 내려갔더니 강연이 한창이었다.

   전화 통화는 했지만, 실제로 박경화선생님을 뵌 건 처음이었다. 강의는 바로 그 다음의 분위기를 알 수 없는 드라마틱한 공연이었다. 너무 솔직하게, 진지하게, 진심으로 말씀하시기 때문에 모두 그 말씀에 공감했고, 지금껏 우리가 덮고 입던 겉옷을 한꺼풀을 벗지 않았나 싶다.

   처음엔 성지식을 올바르게 알고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셨단다. 그러다가 성지식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보면서 性을 보는(대하는) 태도의 문제를 고민하게 되셨다고 하셨다. 그래서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기본으로 한 '性태도'의 문제로 성교육을 시작하게 되셨다고 했다. 그러다가 최근에 와서는, 개인의 성지식과 성태도의 문제와 함께 사회 구조적인 문제의 해결도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셨다고 했다. 강자가 약자를 힘으로 억압하는 이런 사회구조의 개혁 없이는 性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하셨다. 왜 미국이 약한 나라에 휘두르는 폭력에는 분노하면서 우리 사회 안의 제도화된 폭력에는 현실이라는 논리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으셨다.

   가슴이 뜨듯해지는 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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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4-10-22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시간을 보내셨군요. 앞을 놓친 것이 좀 아쉬우시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