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화요일 민주시민교육을 위한 학생토론대회가 모고등학교에서 열렸다. 우리 학교에서는 박OO양이 교내 대표로 선발되어 이 토론대회에 참가했다. 지난주 화요일은 19일이었는데, 이 날은 중간고사 시험 둘째날이라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본인이 참가해 보고 싶다고 해서 그냥 준비해서 토론대회에 나갔었다.
토론대회의 주제는 미리 정해졌었는데, 호주제 찬반이었다. 박OO 양은 호주제 폐지를 주장하는 입장에서 토론하기로 정해졌고, 우리는 일주일 전부터 저녁 식사시간에 도서실에서 예비 토론을 했다. 시험기간과 겹쳐서 본인은 괜찮다고 하는데도, 옆에서 보는 내가 조금 안쓰러웠다. 좀 준비가 부족했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평소 닦아둔 실력이 만만치 않은 토론자여서 내심 좋은 성과를 기대했었다.
토론 대회가 열리는 당일. 나와 시험을 마치고 내려온 박OO 학생을 푸른나무님께서 차를 태워주신다기에 근처에서 간단한 햄버거로 점심을 먹었다. 먹으면서 정작 호주제 찬반에 대한 토론은 없고, 그냥 일상적인 학교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 것 같다. 아무튼 무사히 토론대회에 참가했고 토론은 무사히 끝났다. 그리고 결과는 즉석에서 발표되었는데, 주최한 학교의 학생이 최우수 학생으로 뽑혔고, 나머지 5명의 학생들이 우수 학생이 되었고, 박OO 학생은 아쉽게도 수상권에는 들지 못했다.
나는 학교로 다시 돌아가 밤늦은 특기적성 수업을 해야했기 때문에 서둘러 택시를 탔다. 택시를 타고 오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짜증이 팍 났다. 이건 우연일 수 있지만, 너무도 신기한 우연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심사는 토론대회에 지도교사로 참가한 8명의 교사 중에서 4명이 했다. 그리고 심사위원장은 주최 학교의 교사가 맡았다. 수상 결과는 앞에서 말한 대로 주최 학교의 학생이 최우수, 나머지 심사위원 4명의 교사들이 근무하는 학교 학생들이 우수였다. (물론 5명이 우수상을 받기 때문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지 않은 한 학교의 학생도 우수상을 받기는 했다.) 택시 안에서 그 생각이 하다 보니 '울컥' 했다. 그러니까, 어른스러운 박OO 학생이 '선생님께서 제가 젤 잘하는 것처럼 생각하시듯이 다른 선생님들께서도 자기 학교 학생이 젤 잘하는 것으로 보셨을 겁니다. 저에게 좋은 경험이었어요' 하면서 위로까지 했다.
오늘 다시 이 글을 올리면서 또 그날 일이 생각나고 구체적인 행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주최학교에 전화를 걸어서 비디오테입을 좀 보내달라고 해야겠다. 두번째는 심사결과표를 공개해달라고 요구해서 누가 어떻게 심사했는지 확인을 해야겠다. 비디오를 보면서 분석을 해 보고 싶다. 아무튼 대회는 공정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물론, 이 글이 일방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내가 느낀 건 이랬다는 것이다. 여기는 나만의 공간이니까, 이래도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