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심상이최고야 > 29일간의 국토 종주. 그 글을 읽고 나를 돌아본다.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가능할까?

   책 표지엔 통나무 위에 걸터앉아 환하게 웃고 있는 어떤 여자가 보인다. 옆에는 꽤 두툼한 배낭이 놓여 있다.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럽다고 본인을 소개했는데 그런 사람이 걸어서, 혼자서, 땅끝에서 통일전망대까지 꽤 무거워 보이는 그 배낭을 매고 여행 할 수 있을까? 믿어지지 않았다.

   속 표지의 사진도 눈에 들어왔다. 두꺼운 점퍼와 배낭을 멘 여자가 자욱한 안개 숲 속에서 너무나도 틔없이 밝게 웃고 있다. 뭐가 그리 좋은걸까? 무엇이 그토록 환한 표정을 지을 수 있게 하는 걸까? 이토록 천진난만하게 웃을 수 있게 하는 그 비법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1장. 길, 나의 위대한 학교-땅 끝에서 통일 전망대까지. 29일간의 찬란한 국토 종주기>

   혼자서! 무슨 재미로! 무엇을 목적으로! 무슨 생각을 하며! 그 지루한 길을 걸어갈 수 있을까? 참 '별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의 이런 짧은 생각은 첫 장 그녀의 독백을 읽으며 부끄러움을 느껴야 했다.

   '남의 땅을 떠돌기 전에, 꼭 한번, 우리땅 끝에서 끝까지, 내 발로 걷고 싶었다. 걷는 동안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삶을 살고자 하는지, 내가 떠나고자 하는 길이 도피가 아닌지 다시 스스로에게 묻고 싶었다. 언제나 한 달간의 여행을 마칠때면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깊게 채워 돌아오던 내 모습도 그리웠다'

   자신을 정말 사랑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자신의 삶을 시간과 거리를 두고 성찰하려는 모습에 내 삶은 어떠한가? 반문하게 되었다.

   그녀가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생각들은 마음에 깊이 와닿았다. 그녀는 '행복'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한다.

   "지금 내게 행복의 의미는 내가 성장해 가는 것을 지켜보는게 아닐까? 넘어져 무릎 깨지고, 코피도 흘리면서 다시 일어나 걷는 법을 기어이 배우고야 마는 어린 아이처럼, 세파에 흔들리고 넘어지면서 세상과 삶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나를 보는것. 이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내가 성장을 계속하리라고 믿는 것, 그리고 그런 나를 사랑할 수 있다면 행복한 삶이 아닐까?"

   책장을 넘길 수록 김남희씨가 참 예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못 마시는 커피지만 할머니가 내어 오시기에 마실수 있고, 비가 내려 걷기 힘들지만 가뭄끝에 내린 단비를 반기는 농부들 생각에 더 많이 내리길 바라며, 오히려 그 빗속을 걸으며 '봄비'에서 '무시로'까지 목청껏 노래도 부르고.... 때때로 보드라운 흙길을 보면 신발과 양말 과감히 벗어 던지고 맨발로 즐길 줄 아는 여유와 낭만이 있는 예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한 성격이라 글에 거짓이 없는것도 좋았다. 본인이 쓰는 글이 인터넷에 개재되기 때문에 느끼는 여러 스트레스를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용기와 소박함!  버스를 타고 기여이 원래 여행 출발점으로 가서 도보여행을 행하는 정직함과 스스로에 대한 당당함! 여행이 주는 즐거움과 함께 그녀의 솔직한 마음에 감동을 받았다. 

   걸으면서 만나는 풍경들. 사람들. 그들과의 이야기. 그리고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 도보여행의 매력은 거기에 있나보다. 그런데 여행을 간다고 해서, 국토 종주를 한다고 해서, 보다 나아진 자신의 모습과 반드시 마주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열린 마음, 낯선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따듯한 마음,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현상들을 보고 삶을 진지하게 성찰하려는 자세가 있을 때 여행을 통한 '새로운 모습의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이 책이 여름 방학 끝 무렵에 출간되었다는 사실에 무릎을 쳐야 했다. 좀 더 빨리 나왔더라면 국토 종주는 아니더래도 배낭 여행에 대한 계획을 세워 한 번 도전해 볼 마음이라도 먹었을텐데.... 무지 아쉬웠다. 하지만 책 중간 뒷 부분에 실려있는 가을 여행 코스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울진 금강소나무숲에서부터 송광사 굴목이재까지.... 너무나 가고 싶은 아름다운 여행 코스이다. 연인과 함께, 가족과 함께 손 잡고 나들이 하면 좋을것 같다.

   몸과 마음. 너무나 아름답고 매력적인 그녀의 여행기를 통해 나의 삶에 대해 이런저런 반성을 하게 되었다. 나 역시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럽기야 그지 없지만 용기 내어 배낭을 함 꾸려봐야 겠다.

   문득 그녀의 꿈이 생각난다. 어느 농민회에서 이루어진 토론을 들으며  '나도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고 싶다'는 큰 꿈을 가져본다고 그녀가 이야기 했는데 그 꿈이 이뤄질 듯 싶다. 그녀 덕분에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나도 배낭 여행 할 수 있다.'는 희망! '나의 땀과 눈물로 얼룩진 여행기를 읽어 보고 싶다'는 희망!

   p.s.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진이 선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작은 사진을 크게 확대했더니 희미해진 사진이 두어장 보인다. 원본 사진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느티나무 2004-10-13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주 하는 이야기지만, 나는 세 번의 도보여행 경험이 있다. 처음엔 부산에서 해남의 땅끝까지, 두번째는 부산에서 통일전망대까지, 세 번째는 제주도 해안도로 일주였다. 지금도 이 글을 읽으니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돌이켜보면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시간들인데... 다시 한 번 그 시간들 속으로 풍덩 빠지고 싶다. (이 리뷰는 알라딘의 이달의 리뷰(9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