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병아리

- 넥스트 'The Return of N.EX.T - Being'(1994)

   육교 위의 네모난 상자 속에서 처음 나와 만난 노란 병아리 얄리는 처음처럼 다시 조그만 상자 속으로 들어가 우리 집 앞뜰에 묻혔다. 나는 어린 내 눈에 처음 죽음을 보았던 1974년의 봄을 아직 기억한다.

   내가 아주 작을 때 나보다 더 작던 내 친구 내 두손 위에서 노랠 부르며 작은 방을 가득 채웠지
품에 안으면 따뜻한 그 느낌 작은 심장이 두근두근 느껴졌었어

   우리 함께 한 날은 그리 길게 가진 못했지 어느 밤 얄리는 많이 아파 힘없이 누워만 있었지 슬픈 눈으로 날개짓하더니 새벽 무렵엔 차디차게 식어 있었네

  *굳바이 얄리 이젠 아픔 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고 있을까 굳바이 얄리 너의 조그만 무덤가엔 올해도 꽃은 피는지*

   눈물이 마를 무렵 희미하게 알 수 있었지 나 역시 세상에 머무르는 것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할 말을 알 순 없었지만 어린 나에게 죽음을 가르쳐 주었네 

   *굳바이 얄리 이젠 아픔 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고 있을까 굳바이 얄리 언젠가 다음 세상에도 내 친구로 태어나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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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4-10-13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등학교 6학년 때로 기억해요.
따뜻한 봄날 두 살 어린 동생이 병아리 두 마리를 사왔지 뭐예요. 방에서 뛰어다니던 그 병아리들을 동생은 아주 조심스럽게 길렀는데 어느날 집에 갔더니 아래층 사는 네다섯살 먹은 꼬마녀석이 그 중 한마리를 2층에서 날렸대요. 꼬마는 날개 달린 병아리가 당연히 날아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겠죠. 그 뒤부터 혼자 남은 병아리 한 마리도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데요. 동생은 걱정하면서 녀석 병수발을 했는데 모이를 먹지 않아도 가슴이 조금씩 불러오는 거예요. 나중에는 병아리 머리 보다 조금 작다고 느낄만큼... 동생은 병아리가 소화불량이라고 생각했던지 '정노환'을 조금 떼어내서 먹지 않으려는 그 조그마한 입에다 밀어넣었어요.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후, 그 작은 녀석은 우리 방 아랫목에서 숨을 놓았지요.

병아리의 죽음... 이것이 제게도 죽음을 직접 본 첫기억이네요. 어린 마음에 눈물 찔끔 흘렸던 기억도... 그걸 본 엄마가 '외할아버지 돌아가실 때도 안울더마는 병아리 한 마리 죽었다고 그렇게 슬프냐?'고 슬쩍 핀잔 주기에 "할아버지는 오래 사셨지만 병아리는 몇 달 살지도 못했잖아." 이렇게 항변했던 기억까지...

이름도 없었던 그 병아리.. 화단에다 묻었었는데... 이 노래 들으면 항상 그때 생각이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