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O반 학부모님께


   학부모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올해 OO고 3학년 O반, 40명 학생들의 담임을 맡은 이OO이라고 합니다. 벌써 담임을 맡은 지 2주나 지났는데, 이제야 우리 반에 어떤 학생이 있다, 하는 게 겨우 눈에 들어오는 정도입니다. 이제 개별적으로 상담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학생들의 성향일 빨리 파악해서 안 그래도 긴장하고 있는 학생들이 새 학년에 빨리 적응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하는데 별로 그렇지도 못합니다. 빠른 시간 안에 학생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는 OO고-OO고를 거쳐 OO고에 온 지 4년째가 되는, 전체 교직경력 14년차의 국어 담당과목 교사입니다. 우리 학교에서도 2년 전에 3학년 담임을 맡는 등 3학년 담임도 이번을 포함해서 다섯 번째입니다. 제가 학교 업무든 담임이든 수업이든 남들보다 아주 잘 하지는 못하지만, 나름 열심히 노력은 하고 있는 교사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에게는 평소에 성실한 생활을 강조하고, 시기가 시기이니만큼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규칙적이고 단순하게 생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도록 당부합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학교에서 10시까지 하는 자율학습에 빠지지 않도록 권유하고 있습니다. 늘 학교에 붙어 있는 담임의 조바심인지 아무래도 학교 밖을 벗어나면 여러 가지로 낭비되는 시간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부모님께서 잘 판단하시겠지만, 가능하면 주중 학원 수강은 적어도 9시 이후로 조절해 주시고, 주말에만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주중 저녁에 학원 수강이 꼭 필요하다면 부모님께서 허락하신다는 확인을 부탁드리겠습니다.


   학부모님들께서도 자녀들이 고 3이 되니 여러 가지로 걱정이 많으실 줄 압니다. 당연히 우리 애의 현재 성적으로 어느 대학을 갈 수 있을 것인지가 무척 궁금하시겠지요? 그런데, 고등학교 3학년 1학기 성적이 나와야 어느 정도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만 보고 너무 성급하게 단정하시지 마시고, 자녀들에게 할 수 있다는 마음을 심어주시고, 최선을 다해 보자는 격려를 많이 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또한 막연히 어느 대학은 가겠지, 이런 생각보다는 대학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는 작년도 입시결과를 참고로 하시고 자녀들의 진로 희망에 대해서도 꾸준히 얘기를 나눠보신 다음에 현실적인 목표를 검토해 보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학생들은 아침 7시 50분까지 등교하면, 8시 정각 영어듣기 수업을 시작해서 저녁 6시 30분에 보충수업이 끝나면 앉아서 수업을 듣는 것만도 9시간입니다. 이후는 저녁을 먹고, 7시 20분부터 10시까지 자습을 합니다. 무척 빡빡한 일정이지요? 게다가 방과 후에는 학원 수강이나 과외를 받는 학생도 있고, 토요일에도 아침 9시부터 5시까지 자습이 이어집니다. 이런 일정을 소화하고도 집에 돌아온 자녀가 피곤해 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지요? 자녀가 집에서 늦게까지 안 자고 무엇인가에 열중하고 있다면 아마 학교에서는 최선을 다하지 않는 ‘나쁜 습관’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늦어도 1시 이전에는 자야 다음날 학교생활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부모님께서 집에서의 자녀 생활 습관을 한 번 더 확인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학생들이 하루에 열 몇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는데 정작 담임과 얘기할 시간을 얼마나 될까요? 담임인 제가 우리 반에 들어가서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은 아침에 조례시간 10분 정도와 자율학습 지도 정도의 시간 밖에 없습니다.(물론 우리 반의 국어 수업이 일주일에 4시간 있어서 수업하는 걸 보기도 하지만, 그 때는 수업에 집중해야 할 시간이니 다른 이야기를 할 수가 없지요.) 매일 학생들과 얼굴을 맞대고 지내기는 하지만, 정작 학생 한 명 한 명과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은 극히 적습니다. 작심하고 상담한다고 마주 보고 앉아야 그 학생의 이야기에 온전히 귀를 기울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담임인 저보다 부모님께서 학생에 대해서 훨씬 많이, 잘 아시겠지요? 자녀들을 늘 관심 있게 지켜봐주시고 생활의 작은 변화가 있을 때 저에게 알려주시면 학생 지도에 참고하겠습니다.


   부모님이나 담임인 저나 고 3인 녀석들에게 지금 해 줄 수 있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서 가만히 생각해 보아도 딱히 떠오르는 게 없습니다. 지금으로서는 나중에 진학지도를 할 때 제가 알고 있는 정보를 친절하게 알려주는 것 정도가 생각날 뿐입니다. 하지만, 제가 실질적인 도움이 못 되더라도 어쩌면 녀석들 인생의 첫 고비의 순간을 함께 견뎌주는 사람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옆에 있어 주는 것! 그래서 학생들도 함께 견뎌나가는 것! 이것 밖에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저는 녀석들의 이 힘든 순간을 함께 견뎌주는 담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 3일 정도는 우리 반 교실에서 야간 자습지도를 할 예정입니다. 지금은 개별 상담 중이라 제가 교실에 없어서 아직 자습 분위기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곧 상담이 끝나면 조용하게 자습할 수 있도록 제가 함께 있겠습니다.


   오늘(3월 14일)은 3학년 첫 모의고사가 있는 날이고, 금요일(16일)은 3학년 학부모 간담회가 있는 날입니다. (저녁 6시부터 시작합니다.) 학부모님께서 참석여부를 여쭙는 가정통신문을 드렸는데, 잘 전달이 됐나 모르겠습니다. 이 날은 3학년 운영 계획이나 진학 지도 계획에 대한 일반적인 안내를 받으실 수 있고, 담임교사 얼굴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못 오신다고 하셨는데 상황이 바뀌셔서 오셔도 좋습니다.) 이날은 학생들이 저녁만 먹고 야간 자율학습을 하지 않고 귀가합니다.

 

   학비지원이 필요하시면 3월 초에 안내해 드린 <원클릭 서비스>에서 3월 16일까지 신청하시면 됩니다.(전부 다 되는 것은 아니고 소득 수준을 교육청에서 심사해서 적격 여부를 심사한다고 합니다.)


   이상으로 학부모님께 드리는 이 짧은 편지로 담임의 첫 인사를 대신하고자 합니다. 저에게 연락을 하실 일이 있으시면,

학교전화 번호는 330-OOOO입니다. 수업이 없는 시간은 제가 바로 받습니다.

휴대전화 번호는 010-2564-OOOO입니다. 전화를 안 받을 때는 문자로 남겨주시면 확인하고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1년 동안 학부모님의 가정에 늘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빌겠습니다. 그럼 4월에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OO고등학교 3학년 O반 담임, OOO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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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1 00: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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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6 2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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