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여행을 해도 사진기에 손이 잘 가지 않는다. 학교에서는 고등학교 3학년 아이들의 인물 사진은 계속 찍고 있지만, 가끔 가는 여행지에서는 사진기를 꺼내지 않는다.

   어제도 황당 여행을 떠나 오늘 돌아왔지만 사진은 괘릉에서 찍은 몇 장만 남았다. 여러 장 찍으면 괜찮은 사진도 한 두 장 건지지만, 이번처럼 찍은 사진이 몇 장 없을 때,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 사진이 별로 마음에 차지 않을 때에도 이 곳에 올려두는 것이 좀 그렇다. 그렇지만, 어쩌야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언제 사라져 버릴지 모르는데...

* 황당 여행

   토요일 3시. 같은 모임에서 공부하는 선생님의 결혼식이 있었다.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정장을 벗고, 준비해 간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5시에 경주로 떠났다. 경주 박물관 뒷뜰 구경을-특히, 성덕대왕신종(일명, 에밀레종)과  고선사터 3층 석탑은 내가 아주 좋아하는 유물이다.- 하고, 토요일마다 안압지에서 열리는 상설 공연도 구경하고-북한에서 온 김혜영 씨가 부르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과 사물놀이를 위한 관현악 협주곡이 인상적이었다. 조명이 은은한 안압지 산책, 그리고 첨성대 구경도 다녀왔다.

   그러나 대릉원 근처에서 먹은 비싼 저녁과 보문단지 근처에서 구하려다가 실패한 민박집은 아주 씁쓸했다. 결국 시내 근처의 여관에 방을 구해서 들어가니 11시 30분이 넘었다. 간단한 뒷풀이와 순두부찌개로 먹은 아침, 그리고 비록 나는 엉망이 되고 말았지만 '서라벌요'에서의 도자기 체험(점심은 국수를 공짜로 주셔서 좋았다.)과 맨 마지막에 둘러 본 괘릉. 이후 부산으로 돌아와서 간단한 뒷풀이를 하고, 나는 학교에 잠시 들러서 수행평가 준비를 해 두었다.

   토요일 출근할 때 결혼식을 위해 정장을 입고, 여행갈 짐을 챙기려니 너무 복잡해서 대충 챙겼더니, 내 여행 복장이 하의는 트레이닝복에 상의는 집에서 늘 입는 주황색 생활 한복, 그리고 운동화. 이 차림으로 학교에 들렀더니, 공부하느라 학교를 지키는 아이들의 경악! 거기에도 꿋꿋하게 예쁜 우리 옷이라고 우기는 나!  늦게 돌아와 좀 쉬었다. 이젠 사진만 남겨두고 자야지.


괘릉 전경

   신라 원성왕릉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이곳에 있던 연못의 수면 위에 왕의 관을 걸어서(掛:걸다 괘) 안장하였다는 설이 있어서 괘릉이라고 부른다.

 


괘릉을 지키는 사자상 1

싱글벙글


괘릉을 지키는 사자상 2

히히히히


괘릉을 지키는 사자상 3

씨--익

 


괘릉을 지키는 문인상

 


괘릉을 지키는 무인상

 


잠자리, 열중하다.

   너무 배가 고팠을까? 먹이를 먹느라 정신 없는 잠자리. 괘릉의 봉분을 둘러 싼 난간 위에서 한창 열중하고 있다. 아무리 가까이 다가가도 움직이지 않은 잠자리.(방해하는 게 미안해서 나도 살짝 사진만 찍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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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언덕 2004-10-11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티나무 선생님.
저도 토요일 그 시간에 경주에 있었답니다.
전 선생님보다 2시간 가량 먼저 경주에 도착하여 문화제로 붐비는 경주시내를 돌며 첨성대와 반월성, 안압지, 그리고 불국사의 석가탑과 다보탑을 보았습니다. 밤엔 감포쪽으로 갔습니다. 은은한 조명이 비치는 감은사지의 두 석탑과 금당, 헤드라이트 불빛으로 본 언뜻 언뜻 보이는 파도에 덮힌 문무대왕릉 앞에서 신화에 열광하는 우리 아들놈은 완전히 넋이 나갔답니다. 저도 문무대왕은 참 멋있는 사람이었군 이렇게 생각했구요.
일요일 아침에 일찍 둘러본 조용한 박물관, 솔향에 묻힌 산길을 올라가 보게되는 석굴암은 항상 아쉬움입니다.
오랫만에 반가움에 글 남깁니다. 괘릉의 느낌... 참 한적하고 소박하군요.

심상이최고야 2004-10-11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밑의 코멘트가 웃겨요. '씨익' '히히히히' 그렇다고 생각해보니 꼭 그렇게 보이네요^^ 무인상 밑에도 코멘트 하나 더 달지요. 두 주먹 쥐고 있는 모습이 '우씨~까불면 죽어' 그런거 같아요^^;

느티나무 2004-10-11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래언덕님, 잘 계시지요? 경주 다녀오셨네요. 어쩌면 우연히라도 만날 뻔 했으나, 설혹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어도 누구인지 알아 볼 수가 없었겠지요? 문무대왕릉-사실, 능이라기보다는 유골을 뿌린 곳이라고 하는 게 맞겠지만-과 감은사지, 이견대를 둘러보셨군요. 그 가을 바다빛, 생각만 해도 가닿고 싶은 곳이네요. ^^

느티나무 2004-10-11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상이 최고야님, 무인상 밑의 코멘트... 그 말씀이 꼭 맞는 거 같아요. ㅎㅎ 자세히 보면 서역인(西域人)의 모습이지요? 신기하게도 신라시대에도 서양 사람들의 존재를 알았나 봅니다. 그리고 초원에 사는 사자 같은 존재를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요? 지금도 동물원이 아니면 실제로 볼 수 없는 사자인데 말이죠. ^^;;(요즘, 동물원의 탄생을 읽고 있어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