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우리 학교에서 기간제 선생님으로 계셨던 OOO 선생님께 드린 메일입니다. 메일함을 정리하면서 지우려다 보니, 그 글마저 지우면 짧은 인연이었지만, 그 선생님에 대한 기억마저 지워질까봐 알리딘으로 옮겨와 남겨 둡니다.

 

   정말로 제대로 인사도 못 드렸습니다. 사람이 한 번 만나기도 쉽지 않은 일이고, 더군다나 같이 보면서 일하는 일이 보통 연이 아닌데 말씀이지요. 더불어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방금 공부방에서 다녀와 하루를 이제 정리하려고 합니다. 변명 같지만 학교 상황이 이렇게 어이 없는-어디까지나 저의 주관적인 생각입니다만- 경우가 반복되지 않았다면 동료 교사들간의 서먹함도 훨씬 덜 하리란 생각이 듭니다. 더불어 저의 유쾌하고 신나는 학교생활을 좀 더 많이 보실 수 있었을텐데, 계시는 동안 즐겁게 지내다 가실 수도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아직도 마음 속에 큰 짐을 지고 사신다는 거 알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 '꼭 선생님이 되고자 했던 사람'은 모두 선생님이 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선생님의 마음이 굳다면 꼭 발령을 받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과 더불어 크려고 노력하는 일이 무척 힘들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처럼 서로가 꽉 막힌 관계로 살아갈 때는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도 선생님의 당부처럼 늘 아이들과 함께 희망을 이야기하는 '교사'로 살아가도록 더 분발하겠습니다.

   편견 없이 넉넉한 마음으로 성원 보내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늘 행복하시고, 쉬운 일은 아니지만 생각나실 때 한 번, 안부 전해주세요.

   "하느님께서는 저희를 시험에 들게 하시고, 저희들 눈물 짓게 하시지만, 오늘 우리가 흘리는 그 눈물로 우리들의 영혼은 조금 더 맑아지고, 우리 생각은 조금 더 깊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주제넘은 생각을 드립니다.

 

2004년 7월 10일, 느티나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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