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가 어떻게 갔나 싶을 정도로 정말 아득하게 느껴진다.

   지난주 토/일요일은 짧은 여행을 다녀왔고, 월요일부터는 강행군이었다. 수업이 무척 빡빡한 월요일. 수업이 끝나고 나면 거의 쓰러진다. 더군다나 저녁시간에는 도서관에 앉아 있어야 하는 시간이니... 쌓인 스트레스를 도서실에서 노래부르는 것으로 푼다. 누가 있든 없든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목청껏 부르고 나면 그래도 기분이 좀 풀리는 것 같다.

   8시부터는 토론대회 준비 모임이었다. 잠깐 참여해서 정리만 해 준다는 것이 한 시간을 넘기고 10시를 넘겼다. 내가 마음이 좀 조급했던 이유는 시험문제 출제 때문이었다. 마감일은 화요일인데 월요일 저녁까지 별로 정리를 못 해 두었기 때문이었다. 비가 쏟아지는데 문제낼 자료를 안고 집으로 갔다. 몇 문제 만들지도 않았는데 시간이 후딱 갔다.

   화요일은 토론대회 준비로 몹시 바빴다. 음료수도 좀 사고, 사회를 보려면 나름대로 자료 정리도 해야 했고, 토론회 평가서도 만들어야 했다. 그러니, 일과 중에는 도저히 시험문제를 마무리지을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화요일 저녁은 공부방에 가는 날. 수녀님께 전화를 드렸다가 수업이 바꾸어지지 않아서 결국 공부방에도 올라갔다. 집에 와서 문제를 마무리하려고 했으나, 역시 시간이 부족했다.(시험문제가 잘 안 내어지면, 차라리 내가 문제를 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충 문제는 다 내었으나, 편집과 검토 작업이 남았다.

   수요일은 오후에 수업이 연속해서 4시간 들었다. 짬짬이 문제를 검토하고 편집을 했으나, 아무래도 부족했다. 그래서 일과 중에는 시험문제를 담당선생님께 넘기지 못했다. 저녁에는 논어 공부를 하는 날이었다. 그 와중에도 1시간을 빼서 논어 9장 '자한'편을 읽은 게 신기하다. 점심을 먹고 늦은 시간에 시작한 논어 공부. 9시 30분쯤에 공부가 끝났다. 선생님들은 돌아가시고, 나는 학교에 남아서 마지막 편집 작업과 검토를 했다. 그러니까 또 두 시간이 금방 갔다. 저녁 11시 30분. 교무실을 나서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목요일. 모의고사 치는 날. 사설 모의고사라 찜찜하기만 한데, 그래도 몸은 좀 편하다. 같은 과목을 수업하시는 다른 선생님들께 문제를 넘기고 도장을 찍었다. 이것으로 올해에 내는 시험문제는 끝났다. 3학년 기말고사는 입시 탓으로 이렇게 파행적으로 운영된다. 시험이 끝나고 도서실에 앉아 있으니, 3학년의 OO이가 놀러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저녁을 사달라고 했다. 모의고사 치고 힘이 없는 것 같아서 다른 녀석들이랑 라면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선생님들에게 내가 읽은 좋은 글을 메일로 보냈다. 그것도 수백명에게 보내려고 하니 금방 되는 일은 아니었는데, 새로운 방법을 개발해서 얼마 걸리지 않고 편지를 보냈다. 그리고 나서는 바로 쓰러져서 잠이 들었다가, 자정 무렵에 다시 깨서 책을 읽었다.

   금요일은 학급운영모임이 있는 날이다. 6시부터 모인 선생님들과 학교에서 일어난 온갖 이야기들을 꺼내면서 더 좋은 방법을 고민하는 자리였다. 매점상품권과 야자자유권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흡연문제, 쪽지 상담하기, 체육대회와 떡볶이 만들어 먹은 이야기, 소풍 장소에 대한 고민, 왕따 학생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정말 온가지 이야기를 풀어 놓으며 대안을 고민하는 자리라 시간이 훌쩍훌쩍 지나가버린다. 다만, 나는 내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것이 늘 아쉽다. (올해는 담임이 없기 때문이다.)

   토요일은 두 시간의 수업이 있는 날이다. 수업을 하고 내려와서 방과 후에 도서관에 잠깐 있었는데, 우리 학교에서 지능이 약간 모자라는 OO이(3학년)도 놀러 오고, 토론대회 최우수 학생인 OO이(1학년)도 도서실에 놀러 왔다. 내가 지능이 모자라는 OO이와 주로 이야기를 하면 그걸 OO이가 말없이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배도 고프고, 공부방에도 가야할 시간이라서 셋이서 같이 나왔다. 오늘은 공부방 교사모임이 있는 날인데, 생각보다 선생님들의 적게 오셨다. 그러나 오늘은 너무도 잠이 와서 몇 마디 하지도 못했다. 소풍 계획과 교사 M.T 계획이 있었는데, 머리가 좀 멍해서 생각이 퍼뜩 나지 않았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마음 놓고 잤더니, 종점에서 종점까지 와 버렸다. (하기야 그 버스의 종점에서 내려도 아직 우리집에 다 온 것이 아니다.) 집에 오는 방향과 약간 어긋난 아파트 단지 속에 종점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가 택시를 탔다. 집에 와서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뒹굴거린다. 몇 명의 아이들에게서 문자메세지가 왔고, 준호랑 배즙 때문에 통화도 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부탁할 일이 있어서 그 부탁도 했다.히히히, 승리는 나의 것!)

   내일은 여러가지 사정으로 못 갔던 벌초를 간다고 하신다. 아마도 차가 막힐 것이기 때문에 일찍 출발하신다는데, 미리 자 두어야겠다. 바쁜 일과는 이번주로 끝나고 좀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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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26 18: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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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26 19: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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