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이름 - The Name of the Ros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권력과 웃음의 상관성>

 

   승리의 2012년을 시작한 지 열흘 째! 몸은 감기로 계속 고생중이지만, 초저녁에 잠깐씩 들었다가 깨는 잠 때문에 한밤 중에도 깨어있는 일이 요즘 잦다. 책을 읽기도 하지만, 그것도 시들해지는 날이면 가끔 '다음'에서 영화를 다운받아 보게 된다. <루키>라는 영화를 보려고 했으나 다운로드 목록에 없어서 결국 고른 영화가 <장미의 이름>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은 예전에 읽었지만, 내가 예전에 읽어 온 책이 대부분 그랬듯이  스릴러 넘치는 소설이었다는 정도만 머릿속에 어렴풋이 남아 있었다.(영화를 보다 보니까 조금씩 줄거리가 기억이 떠올랐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이 수도원 수사들의 죽음의 원인을 알아 낸 윌리엄 수사와 호르헤 수사와의 논쟁이었다. 호르헤 수사는 수도원의 장서관에 보관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 2편'에 관심을 보이는 수도사들을 죽인다. '시학 제 2편' 아리스토텔레스의 희극론에 대한 이야기인데, 호르헤 수사는 종교(기독교)는 인간의 두려운 마음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데, 바로 웃음이 그 인간의 두려움을 없애주기 떄문에 이 책을 읽었던, 또는, 읽으려던 수사를 죽이는 것이다. 웃음은 종교(권력)의 가장 큰 적으로 생각했다. 결국 호르헤 수사는 장서관에 불을 지르고 수많은 책들과 함께 죽음을 선택한다. 

 

   이 장면의 대사를 듣는 순간 번개 같이 머릿속에 떠오른 한 구절은 한나 아렌트가 했던 "권위의 가장 큰 적은 경멸이며, 권위를 훼손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웃음이다." 라는 말이다. 확실히 웃음에는 두려움을 없애는 극복하는 에너지가 있다. 또한 웃음의 전파력은 강력한 것이라 현실의 권력은 웃음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 이를 증명하는 실례가 바로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가 아닐까? 

 

   사람들이 나꼼수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나꼼수가 전달하고 있는 내용이 거대 보수 언론이 외면하던 사실인 까닭도 있지만,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태도나 방식에 있다. 이들은 현실과 소설-합리적 추론-의 영역을 넘나들지만, 언제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태도는 거침 없이 당당하다. 소위 말해서 '쫄지 않는다'. 여기에 적절한 타이밍에 웃음이 더해지면, 뭔가 조마조마하던 청취자도 그 순간 어느새 권력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다. 그러면서 스스로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눅들어 살았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결국 나꼼수의 힘은, 이 웃음에 있다. 이 나꼼수의 웃음은 이제 공공연히 전파되어 사람들이 더 이상 권력의 눈치를 안 보게 되었다. 나꼼수의 웃음이 사람들에게서 두려움을 없애버린 것이다. '쫄지마, 씨바',는 이제 내 친구가 새해 문자 메시지로 보내기도 하는 상황이 되었다. 답장으로, '그래 씨바!'로 답장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승리의 2012년'을 기대하고 있다. (1년 전을 생각해 보면 정말 상전벽해가 아닌가 싶다.) 이 모든 게 가카 때문이 아니라, 그 웃음 때문이다. 2012년 말에, 웃음이 우리를 승리로 이끌었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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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12-01-18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이페이퍼에 썼던 글이지만, 리뷰로 옮기는 게 안 돼서 다시 똑같은 글을 리뷰로 옮겼다.ㅠ책이든 영화든 종류를 가리지 않는 잡식성이 되어 가는 걸까?ㅋ

2012-01-19 16:1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