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엔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았다. 그러다가 11월에 조금씩 기력이 나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 첫 시작은 아마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였을 것이다. 닥치고 정치는 유쾌하고 흥미로운 책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무력감을 느낀 사람이라면, 읽고 무엇인가를 새로 시작해 보고 싶다는 욕망을 이끌어 낸다. 무엇보다도 모든 상황을 쉽게 설명하는 전달력은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종이책 읽기를 권함,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앞으로도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 책인데 무엇보다도 책 한 권을 10년 정도 써 내려간 그 기간에 무척 놀랐다. 내용은 평범한 편인데,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그래도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나의 서양음악 순례,를 읽었다. 어? 미술이 아니라, 음악이네, 라고 갸웃하다가 서경식에 대한 든든한 믿음 때문에 얼른 사서 읽었다. 30년이 지났어도 그는 여전히 자기 정체성에 대해 고뇌하고 성찰하고 있었다. 한없이 우울하게만 전개될 수 있는 내용인데, 낙천적이고 유쾌한 그의 아내인 F가 등장해서 균형을 잡아준다. 음악에 대한 조예도 상당히 깊은 서경식 선생이 무척 부럽다. 나도 서양음악과 친해질 수 있을까?

 

   읽자마자 잊혀져버려도는 재미있는 시집(詩集)이다. 소시민적인 삶의 일상과 시인 주변의 가족들과의 관계가 오롯이 드러나 있어서 은밀한 일기장을 훔쳐보는 기분이다. 진지하지만 그리 무겁지 않고, 일상을 이야기하지만 수다스럽지 않은, 언제든 꺼내 읽으면 흐뭇하게 읽을 수 있는 시집이다. 

 

 

   

 

 

 

 

 

 

 

 

 

 

   교육불가능의 시대는 교사로서 다시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었다. 특히나, 오늘날 학교 교육의 불가능성에 대해 단언하는 글을 읽는 내내 마음이 쓰렸다. 폐허 위에서 새로운 모색이 필요하다는 제언에 쉽게 수긍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현실을 몸을 담그고 있을 때는, '답이 없다'는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원자력 신화로부터의 해방은 일본의 세계적인 반핵운동가 다카기 진자부로의 유언 같은 책이다. 원자력에 대한 거짓된 믿음인 신화에서 해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나로서는 거의 무지한 영역에 대한 책이라 흥미롭게 읽었다. 1월 중순에 1학년을 대상으로 독서토론 특강을 하게 되는데, 이 책을 부(副)텍스트로 골랐다. 원자력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은 다른 시각의 책과 함께 입문서로 읽어 볼만 한 책이다.

 

   김훈의 흑산은 김훈다운 소설이다. 한 페이지만 읽어도 김훈의 글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소설의 중심 인물로 순교한 정약종도, 배교한 정약용도, 아닌 그 둘 사이에서 고뇌하는 정약전을 택한 것도 그렇다. 김훈은 분명한 것에 대해선 태생적인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인데, 읽고 나면 좀 허무하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마음에 깊이 남은 그런 소설은 아니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박경철의 자기 혁명은 참 좋은 책이다. 인문학적인 감성도 풍부하고 청년들을 사랑하는 저자의 진정성이 가득 묻어나는 책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나는 이 책에는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어쩌면 자기개발서에 둔감한 탓도 있을 것이고, 이제는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이런 류의 책을 읽기에는 내가 나이를 먹은 탓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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