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 8
- 문부식
나는 이제 꽃을 던지려 한다
항쟁이 끝나고
이제는 거친 바람만 불어가는 쓸쓸한
빈 거리에
쥐어줄 손도 없는 유인물 몇 장씩
이리저리 쓸려가는 고독한 공장에
나는 이제 돌이 아닌 꽃을
던지려 한다
항쟁이 끝나고
이제는 식어 버린 그대들의 가슴에
힘없이 처져 버린 그대들의 어깨 위에
너무 쉽게 희망하고
너무 빨리 절망하는
그러나 가슴 한구석에 미련은 남아
아직도 상기된 그대들의 얼굴 위에
나는 이제 조롱이 아닌
꽃을 던지고 싶다
나는 이제 꽃을 던지려 한다
항쟁이 끝나고 항쟁을 뺏겨버린
그대들의 도시에
그대들의 공장에 그대들의 농촌에
그대들의 빈 식탁 위에
술잔 위에
나는 이제 눈물이 아닌
꽃을 던지려 한다
나는 이제 꽃을 던지려 한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희망을 향해
싸워도 싸워도 걷히지 않는
어둠을 향해
무너지지 않는 담벼락을 향해
역사의 썰물과 밀물을 향해
그 속에 깊어진 그대들의 가슴을 향해
지면서 이겨온 그대들 모두를 향해
조국아 너를 향해
나는 이제 절규가 아닌 통곡이 아닌
나를 던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