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전은 읽고 계신가? 방금 전 단체문자를 보내고, 이 글을 쓴다. 벌써 이 주가 지났는데, 감기가 나를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콧물로 시작되어 근육통을 거쳐 이젠 기침이다. 언제쯤 몸이 좋아지려나 하고 기다리면서도, 평소엔 내가 내 몸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살짝 들기도 한다. 겨울 방학엔 다른 일 하지 않고 푹 쉬어야겠다.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고 모인 지난 모임을 어떻게 평가하나? 생활나누기를 할 때는 아직도 우리 사이의 간극이 무척 넓구나, 우린 참 서로가 닿을 수 있는 지점에서 각자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좀 답답하더군. 책 읽은 느낌을 말할 때도 약간 겉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 좀 아쉽더군. 그러다 친구들 숙제를 펼쳐 읽을 때쯤 되어서야 아, 우린 같은 곳을 걸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안도감이 들었다.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네가 걸어온 발자국 옆 언저리에 무수하게 많은 친구들의 발자국을 발견할 수 있을 거다. 왜냐면 우린 생각보다 오래 같은 길을 걸어왔거든.
이번 모임의 생활나누기는, 조금 특별한 활동을 해 보기로 했지? 친구들을 (심층) 인터뷰 해 보는 건데, 주제는 당신의 밤이 알고 싶다, 이다. 친구들의 사생활을 캐는(?) 건데 평소 학교 다니고 있을 때 집에 가서 주로 하는 일, 자는 시간, 다음날과의 관계…… 등 집에 간 이후 잠들기 전까지의 모든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받아와서 얘기해 보는 거지. (물론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발표할 때는 이니셜만 말해야겠지?)난 항상 학교에서 시체처럼 자는 아이들의 밤 생활(?)이 궁금했거든. 주로 낮에는 잠들어 있는 친구들을 중심으로 인터뷰를 정리해 오면 좋겠다. 꼭, 평소의 밤이 아니어도, 주말 저녁도 괜찮고, 야자를 안 하는 학생의 생활도 괜찮다. 대신, 좀 깊이 있는 얘기를 끌어내주면 좋겠다. 그냥 학원 갔다 와서 몇 시에 잔다, 끝! 이런 거 말고, 왜, 라는 질문을 계속 던져서 친구가 자기 속마음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해야겠지? 아무튼 기대해 볼게.

이번에 읽을 책이 예수전이라고 하니까 너희들의 표정이 떨떠름하더라. 우리 동아리 친구들 중에는 기독교(개신교, 천주교, 성공회, 그리스정교회 등)를 믿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가? 아무튼 표정이 내가 마치 전도(傳道)를 하려는 건 아닌지 의심하는 분위기더라. 아마 인류 전체의 역사를 다 훑어본다면 예수만큼 사람들에게 오해받는 사람도 별로 없을 것 같다. 너희들의 첫 번째 반응이 바로 예수라는 인물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지. 보(믿)는 사람에 따라 예수를 신으로 믿기도 하고, 역사적 실존인물로 이해하기도 한단다.
그러니 이 책을 읽고 김규항이라는 사람이 본 예수는 또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서 잘 생각해 오렴. 그래서 내가 막연히 알고 있던 예수와 책을 읽고 나서 알게 된 예수는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해서도 글을 써 오시라.(꼭 써 오렴) 아, 그리고 이왕에 인터뷰하기로 했던 거 이런 것도 함께 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주변의 친구들에게 <당신이 알고 있는 예수는 어떤 존재(사람, 신)인가요?><또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나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이런 질문을 기본으로 해서 인터뷰해 오기. 음, 그렇게 하려면 빨리 이 책을 읽고 예수의 생애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 모임이 다음 주 수요일(28일)이라는 사실은 다들 잊지 않았겠지? 장소는 도서실. 다른 특강이 다 끝났으니 모임 시간은 7-9교시로 할게. 겨울캠프 가는 것도 그 때 의논해 보자.
* 이건 사족 같은 이야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성탄절 즈음에는, 이 땅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러 오신 분이시기에 더욱 더 아기 예수님의 탄생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보게 됩니다. 모든 이들에게 즐겁고 기쁜 '크리스마스'도 좋지만,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는 '예수의 탄생'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라는 카드를 썼다. 내 마음속에도 예수라는 존재가 오래전부터 살고 있는 듯하다. 감사한 일이다.
-2011.12.24, 겨울 느티나무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