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꼭 시험문제만 그런 건 아니지만... 생각해보면 학교 다닐 때 숙제 같은 거 제출하는 것도 비슷했던 거 같다. 보통 대학의 숙제는 매주 나오는 과목도 있었지만, 한 학기에 두 세 개 내주는 과목이 보통이었다. 나는 숙제가 공지되면 바로 자료를 찾으러 간다. 그래도 마음이 헐렁해서 찾는 둥 마는 둥, 정리를 하는 둥 노는 둥 하기 일쑤였다. 그리고는 그대로 두고 꼭 숙제를 내기 전날 매달리는 고약한 습관이 있었다. 어쩔 때는 잠을 안 자고 숙제를 낸 경우도 있었다. 숙제가 적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밤을 새울 정도는 아니었는데 미루다가 꼭 마지막날 얼렁뚱땅 해치우곤 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마감날을 넘기는 경우는 없었다. 숙제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못해도 마감날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학교에 와서는 시험문제를 낼 때마다 여간 고역이 아니다. 시험 문제 마감일 며칠 전부터 혼자서 끙끙대면서도 놀다가 결국 마감날을 넘겨서야 마무리를 한다. 이번 시험만 해도 그렇다. 방학 때 미리 정리를 좀 해 두었으면 마감일인 어제까지 여유있게 낼 수 있었는데... 결국 어제 못 내고 말았다. 그 탓에 어제 중요한 모임에 얼굴만 삐죽 내밀었다가 허둥지둥 돌아와야 했다. 새벽까지 문제를 다듬고, 편집도 새로 해서 오늘 학교에서 최종적으로 선생님들과 의논한 다음에 겨우 제출했다. 시험 문제 마감날에 문제를 낸 적이 6년 동안에 겨우 한 두 번 있었던가? (이런 내도 MBTI 검사를 해 보면 거의 완벽한 J형으로 나온다. 신기한 일이지.) 시험문제를 내고 나면 막상 시험문제에 오류가 있을까봐 시험 당일까지 꽤 조심스럽다.
그래도 이번 시험문제도 출제했으니, 이제부터 본격적인 2학기 수업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좋다. 내일은 간단한 공문 처리와 2005학년도 교과서 집계해서 주문하면 될 것 같다. 내일까지만 조금 바쁘면 될 것 같다. 조금만 더 기운을 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