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들었다.

   달이 훤하게 밝은 밤, 금정산의 동문에 모인 여섯 명. 전부 구름 사이로 나오는 달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산행을 시작했을 때가 여덟시 반쯤이나 되었을까 그랬다. 그리고 북문에 도착해서 라면으로 야식을 먹고 나니 벌써 열 두시를 훌쩍 넘겼다. 서둘러 범어사 쪽으로 하산했다. 여섯 명이서, 범어사 순환도로를 터벅터벅 내려오니 반가운 빈 택시 한 대. 고마운 기사님 덕분에 택시에 여섯 명이나 타고 부산대학교 앞에 도착했다. 이 때가 새벽 한 시 삼십 분쯤이었을 것이다. 아직까지도 학생 같은 청년들이 많은 게 거리가 활기차 보였다. 우리는 뒷풀이를 하기로 했다.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생맥주집은 곧 문을 닫을 시간이었기 때문에 학생 때 가끔 가던 허름한 술집 골목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러면서 모두 한 마디씩.

- 어, 우리 부대꼼장어 갈 거야? (아니!)

- 홍보석은 그대로 있네. 어 근데, 여기 있던 낙지볶음 잘 하던 집은 없어졌네?

108 강의실이 여기 있었는데... 아, 저기 있구나!

- 오랜만에 학교 앞에 오니까 진짜 많이 바뀐다.

그러더가 새벽 3시 30분까지 문을 연다는 '우리터'에 자리를 잡았다. 거기서 4,000원하는 오뎅탕과 3,000원하는 파전을 안주로 놓고 소주를 마셨다. 모두가, 이렇게 늦게까지 술집에 있는 건 진짜 오랜만이라며 즐거운 기분으로 술잔을 비웠다. 그러면서 시작된 이야기!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일까?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놓고 치열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들 일요일에도 일이 많은 사람들이었지만, 점점 치열해지는 논쟁 속에서 쉽게 자리를 접을 줄 몰랐다. 그러나 분위기는 아주 따뜻하고, 서로가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믿음 때문인지 즐거운 웃음이 나기도 했다.

   세 시를 넘어서서야 술집을 나섰다. 모두들 이렇게 늦게까지 이야기하고 놀아본 적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며 대학생 때처럼 즐거워했다. 우리는 같이 모임을 하고 뒷풀이도 자주 있지만, 대개 11시를 넘지 않고 일어서곤 했었다. 그러나 가끔은 모두가 밤이  깊도록 무엇인가에 열중해 보는 것도 아주 좋은 것 같다. 우리는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면서부터 내 생각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나누고자 애쓰는지...

   아무튼 어제는 내가 아직도 '학생'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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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tim 2004-08-30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가 서른이 넘었소...

느티나무 2004-09-04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가 서른 넘은지 좀 되었죠? ㅋ 그래도 얼마 전까지는 '샘은 꼭 대학생 같아요' 라는 말도 듣곤 했답니다. ^^ 참, 세월이 빠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재에서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