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낼 뻔 했으나, 나름대로 보람 있는 날이었다.

   우선 개학을 해서 기뻤다. 모처럼 반갑게 선생님들과 인사도 했고, 아이들과도 신나게 인사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모두 착한 학생들이라 교실에 들어갔을 때, '선생님의 우렁찬 목소리가 그리웠어요'라고 말하는 학생도 있었다. 빈말일지라도 기분이 무척 좋았다. 우리학교 아이들은 상대를 행복하게 하는 말을 잘 하는 학생들이다.

   해야할 일을 잔뜩 미뤄두고 개학을 맞이했지만 그래도 별로 걱정은 안 된다. 일은 어떻게 해도 다 하기 마련이니까. 아니면 주말에 나와서 일하면 되는 거고! 오늘은 도서실에도 아이들이 무지 많았다. 아이들 한 명 한 명과는 인사를 못 나누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아이들과는 반갑게 인사도 하고 그랬다. 도서부 아이들도 모두 와서 반갑게 맞았고, 도서실 도우미 학부모님께서 마련해 준 도서상품권으로 도서부 아이들의 생일 선물도 했다. (이번엔 서가 정리도 특별히 했고, 앞으로도 해야할 일이 많을테니까)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게 아니다. 오후가 지나갈 때쯤 한 선생님께서 오늘 시청 앞에서 공연+집회가 있는데 갈 생각이 있느냐고 물으셨다. 공연? 집회? 고속철도 천성산 통과에 반대하며 58일 동안의 단식  투쟁을 마치신 지율스님의 건강과 도롱뇽의 친구가 되어 달라는 문화행사였다. 사실은 오전에 카페에서 간다는 글은 봤지만 썩 내키지 않았다. 그래도 선생님께서 같이 가 보자고 하시기에 가기로 했다.

   공연은 시청앞 7시! 유명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소박하게 모두 촛불을 들고 옹기종기 모여앉아 돌아가며 노래도 부르고 몸짓도 하고, 성대모사 공연도 있었다. 천성산의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비디오도 상영되었고, 그 동안의 경과 보고도 이어졌다. 그리고 수녀님의 중창과 초등학생들의 노래. 지율스님께 보내는 편지 낭독 등 정말 다양한 문화 행사가 이어졌다. 어느새 두 시간 반이 흘렀지만 지루한 줄도 잘 몰랐다. 흥겹고 유쾌한 시간이었다. 역시나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행사에서 배운 노래는 '귀뚜라미'와 '생명평화세상을 위하여'라는 노래였는데, '귀뚜라미'는 익히 아는 노래이고, '생명평화세상을 위하여'는 처음 듣는 노래인데 참 마음에 드는 노래였다. 집에 오자마자 일단 검색을 해서 노래를 페이퍼에 올려 놓고 지금도 흥얼거리고 있다. (이 페이퍼를 보시는 분들도 반복해서 최소 두 번만 들어 보시라.)

   일단 출발은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다. 새로운 2학기다. 힘차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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