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잘하지만, 꽤 오랫동안 구석구석 몸이 아팠다. 몸살 나기도 하고, 어깨 근육이 아파서 팔을 못 들 정도인 때도 있었고, 혓바늘이 심하게 돋아, 부어오른 혀를 다시 깨물어서 피를 보기도 했다. 지난 주말에 심한 몸살 증세를 보이면서 구토와 설사를 반복하기에 결국 어제 병원에 갔더니 바이러스성 위염이란다. 굶는 게 가장 좋은 치료법! 그래서 오늘(수) 점심을 굶었다.

   생각해 보니, 지금보다 조금 더 젊었을 땐 참 건강했던 것 같다. 20대에는 아예 병원 문턱에도 가 본 기억이 없고, 30대 초중반 만해도 몇 년 걸러 어쩌다 한 번씩 가던 병원이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자잘한 병으로 자주 병원을 찾게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자신을 객관화하기가 힘들었는데, 이젠 이런 게 늙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별로 씁쓸하지는 않다.

   사실 지난 금요일에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경북 영덕에 있는 ‘해맞이캠핑장’에 갔었다. 지난 10월 첫날에 나름 치열한 경쟁을 뚫고 구한 색다른 숙소라 기대가 컸다.(컴퓨터로 숙소를 구경했던 아들 녀석이 가장 설렜다.) 복이 또래의 아들이 있는, 아내의 친구 가족이랑 만나서 저녁도 해 먹고 맥주도 홀짝이며 밀린 얘기들을 하고 참 좋은 시간을 보냈다.

   느긋하고 여유로운 밤을 보낸 후 새벽부터 복통이 왔다. 쿡쿡 찌르기도 하고 쓰리기도 해서 일어나기 힘들었다. 게다가 팔다리에 극심한 근육통. 아침엔 구토까지. 할 수 없이 숙소를 나가기 전까지 이불 덥고 오전 내내 뒹굴었다. 12시쯤 숙소를 나와 다른 일행들이 근처에 있는 전시관을 구경할 때도, 예쁘게 만들어진 산책로를 따라 걸을 때도 나는 차 안에서 시체처럼 드러누워서 속이 좀 가라앉기를, 근육통이 풀리기를 기다리면서 잤다.

   어찌어찌 시간이 지나 결국 내가 운전을 해서 부산까지 왔다.(오, 식은땀이 쭈욱!) 낮에 차에서 계속 잤는데도 집에 와서 또 바로 쓰러져서 잠이 들었다. 다시 밤, 증세는 조금씩 낫다가 밥만 먹으면 바로 속이 쓰렸다. 일요일에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어서 집에서 뒹굴었다. 할 수 없이 월요일에 퇴근 후 병원에 가서 처방받은 약을 먹고 금식했더니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이것만 하고 이제 올해까지는 병원에 안 갔으면 좋겠다.

   이번 주부터 2학년 수업 8시간만 하게 된다. 2학년은 논리학 수업인데, 교과서 자체가 없다보니 체계도 없이 마구잡이로, ‘논리학’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내용을, 내 마음대로 대충 가르친다. 애들은 애들대로 성적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새롭고 명확한 지식(?)을 주는 것도 아니요, 선생이 애들을 꽉 붙들어 맬 정도로 카리스마가 있는 것도 아니니 이런 수업시간이야말로 흐느적거리기에 딱 좋은 환경인 셈이다. 수업시간 전에는 늘 마음을 다잡으면서 ‘녀석들을 같이 데리고 가야 하는데, 하는데……’ 해 보지만, 작심 2시간도 안 된다는 거! 최근엔 몸이 힘들기도 해서 그랬겠지만, 아이들에게 계속 ‘벌점’으로 위협을 했다. 그랬더니 억지로라도 듣는 척, 하려는 척을 하는 녀석들이 안쓰럽기도 하고 얄밉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 방법은 안 쓰는 게 좋겠다.(장기적으로는 약발도 떨어지겠지?)

   수업이 적으면 당근 여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오늘까지의 현실은 또 그렇지가 않다. 이때쯤 하려고 이것저것 미뤄둔 일도 있고, 갑자기 해결해야 할 일도 생기고, 또 잡다하게 처리해야 할 공문서도 있고…… 하다보면 어느새 퇴근시간이 다 된다. 11월이 오면, 수능이 끝나면 하고 고 3만큼 하려던 걸 꼽았는데 몇 개라도 제대로 해 볼 수 있으려나?

   일단 내년엔 담임을 하고 싶다고 어제 교감샘께 말씀드렸다. “어느 학년?” 이러시길래, “1학년이나 2학년이요!” 이랬더니 말이 없으시다.(고 3 담임 안 한다고 그러시나?) 담임한다고 말하기 전까지는 아이들과의 실랑이가 살짝 그리웠는데, 정작 말을 뱉고 보니 앞길이 훤히 보이면서 걱정이 스멀스멀!

   집에서 담임 얘기를 했더니, 올해 아내는 1학년 담임을 맡아 무척 고생중이다. 내년에는 교무기획이라도 해서 담임을 안 맡겠단다. 나는 이참에 한 2년 정도 육아휴직을 권했다. 처음에는 생활비가 없다면서 되겠냐고 하더니, 지금은 휴직할 마음도 많이 생겼다. 더불어 요즘은 아내와 함께 복이가 다닐 유치원을 알아보고 있다.(지금 다니는 어린이집은 7세반이 없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잘 따라하질 못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녀석인데, 유치원에 가서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어쩌랴? 부모가 대신 살아 줄 수는 없고,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 라고 자위하며 녀석을 믿어볼 밖에!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1-11-17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7 2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11-11-17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염이니 알콜 조심하셔야겠어요. 1,2학년 담임과 3학년 담임, 다 장단점이 있는 거 같습니다.

느티나무 2011-11-17 22:59   좋아요 0 | URL
알콜은 한 잔만 마셔도 온 몸이 빨개지는 지라 잘 안 마셔요... 그래도 내년 담임은 토요일 휴무 때문에 1,2학년을 선호하지 않을까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