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하면 하려고 했던 여러가지 잡무들을 하나씩 처리하고 있다. 아무 것도 안 한 것 같지만 그래도 지나고 보니 일이 꽤 되었다. 우선, 저번에 지갑 잃어버린 탓으로 새로 만들어야 했던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이건 잃어버린지 진짜 오래되었는데...)을 재발급 받았다. 그러나 면허증은 이번에 갱신기간이어서 다시 한 번 면허시험장에 들러야 한다.

   다음으로는 너무 낡은 운동화 대신 걷기에 편하고 달리기도 겸할 수 있는 운동화를 하나 샀다. 좀 불편했지만 그냥저냥 참고 지냈던 지갑은 내 마음에 쏙 드는 걸로 선물받았고, 가끔 운전할 때 필요했던 선글라스도 이번에 덜컥 사버렸다. 아, 그리고 정말 중요한 들고 다니는 가방도 멋진 것으로 선물받았다. 검정색으로 아주 세련된 가방인데 내가 들고 다니기엔 좀 그렇지만-평소엔 아무 옷이나 입고 다니기 때문에, 꼭 학생처럼 보인다는 말을 가끔 듣는다.-그래도 멋진 가방인 것은 틀림없다.

   그리고 여러번 말썽을 부린 전화기는 아예 해지해 버렸다. 이젠 내 전화번호가 없다. 생각해 보면 그냥 살려두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지만, 그 순간에는 그냥 그러고 싶었다. 내 전화는 전화국에서 판매하는 전화기인데 번호만 016이었지, KTF와는 전혀 다른 회사다. 그래서 번호이동도 안 되고, 보상판매도 안 된다는 말만 들었다. 게다가 내 전화기는 너무 낡아 새 전화기로 정보가 옮겨지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러니까 전화국에서 새 전화기를 살 이유가 없어진 셈이었다. 혹시, '누군가가 옛날 그 번호로 전화를 할 수도 있는데' 생각을 하니 좀 미안하기도 하지만 이제는 지나간 일이다.

   오늘은 은행에 가서 인터넷뱅킹과 그 외 계좌이체 등 밀린 계산을 했다. 나는 은행일은 아무리 봐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은행가서 멋쩍게 웃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다행스럽게도 직장 근처의 은행엔 손님이 거의 없어 내 얼굴을 기억하는 것 같다.) 벌써 인터넷뱅킹 신청은 세 번째다. 송금 수수료가 너무 비싸서 인터넷뱅킹에 가입하려고 했는데, 그 때마다 잘 할 줄 몰라서, 혹은 암호카드를 잃어버려서 등으로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은 없다. 직원이 못 미더웠는지 신청하고 3일 안에 등록해야 되는 작업을 대신해 주려고 나섰다. 그러나 약간 복잡한 사정으로 학교에 돌아와서 내가 해 두었다.

   오늘 도서실에 방학 때 주문한 책이 들어왔다. 408권이나 되는데, 마침 점심시간에 왔기 때문에 도서실에 책 빌리러 온 아이들과 함께 책을 날랐다. 아이들도 책 구경 하느라 즐거워하고 나도 책보면서, 아이들 보면서 또 즐거웠다. 내일 도서부 친구들이 모이기로 했으니까 마무리 작업을 해서 서가에 책을 정리해 두어야겠다.

   며칠 남지 않았지만 아직도 못 하고 있는 일이 있다. 우선 면허증 갱신을 해야한다. 아무래도 방학 때가 아니면 낮에 시간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방학 때 하려고 한다. 22-24일의 지리산 종주를 위해서 등산화도 새로 사야한다. 저번 등산화는 5년을 신었다. 다른 곳은 다 멀쩡하나, 한 쪽의 밑바닥이 둘러 갈라져 버렸다. 새로 사서 가기 전에 한 두번은 신고 다녀야겠다. 전화기는 조금 더 고민해 보고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사야겠다. 그리고 방학 때 아니면 보기 어려운 사람, 몇 명도 만나야 하는데... 어떻게 풀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오늘 안준철선생님께서 부산에 오시는 날이다. 나중에 학교 가서 전화 연락을 드려봐야겠다. 뵐 수 있으면 좋겠지만, 괜히 폐만 끼치는 건 아닌지, 낯모르는 사람들 틈에 끼여 혼자 뻘쭘하게 있다가 와야 하는 것은 아닌지 좀 걱정도 된다. 그렇지만 이런 좋은 기회는 흔치 않을 것이니... 연락을 드려야겠다.

* 오늘 알라딘 메인에 김남희씨의 책 소개하는 것을 봤다. 까탈이라는 단어에 금방 눈길이 갔다. 김남희씨야 나를 잘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아주 익숙한 이름이다.(실제로 김남희씨 동생을 도보여행길에서 한 번 본 적이 있다.) 책이 좋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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