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0시부터 수업이 있는 날이라 느긋하게 일어나려고 했으나, 아침부터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도서실 좀 빌릴 수 없겠냐는 전화였다. 괜찮다는 말씀드리고 일어나 밍기적거리다가 학교에 왔다. 3교시 수업은 거의 최악이었다. 잔소리가 거의 목구멍까지 올라왔으나  내 표정만 약간 굳어졌고, 겨우 수업을 마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지금 하고 있는 교재에 문제가 좀 있는 것 같다. 또 이젠 지칠대로 지친 아이들이기도 하다.

   오늘은 이틀 전에 도서실 청소를 하기로 약속한 날이다. 도서실 청소당번 학생들이랑 같이 점심을 먹고 3시부터 청소를 하기로 했다.(14-15시까지는 3학년들이 교육방송을 보기 때문에 청소는 어렵다.) 2시에 학교를 나가 점심을 먹으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놀았다. 그리고 3시부터는 도서실 대청소! ㅋㅋ 잘 먹고 열심히 청소를 했다. 우선 긴 책상을 뒤로 밀어놓고, 바닥을 깨끗하게 쓸었다. 중간에는 진공청소기를 빌려와 바닥을 훑었다. 그리고, 마루바닥에 왁스를 칠한 후에 막대걸레로 깨끗하게 밀었다.그랬더니 도서실이 깔끔해졌다. 왁스 냄새가 많이 났지만, 그래도 좋았다.

   아이들은 돌아가고 나는 도서실에 앉아 책을 읽었다. 차윤정의 '숲의 생활사'. 요즘엔 잘 읽히는 것만 읽어 그런지 글이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무래도 적응기간이 좀 필요한 것 같다. 4시에 청소가 끝났으니 1시간 정도 책을 뒤적이며 보냈다. 5시에는 공부방으로 출발해야할 시간이다. 나는 밤무대라고 부르지만! 5시가 넘어도 도시는 여전히 덥다. 신호등에서 OO이를 만났다. 신호등 건너편에서 손을 흔들어 인사한다. 나도 고맙게 인사했다. 오늘 첫수업 시간이 끝나고 따로 불러서 나의 답답한 마음을 전해 준 친구였다. 그리고 네 얘기도 듣고 싶다고 나중에 시간이 나면 도서실에 들러달라고 했는데 찾아오지 않았다. 그런데 건너편에서 인사를 했다. 나는 건널목을 건너가지 않고 기다려서 OO이와 잠시 이야기를 잠시 했다. 교실 밖에서 만나는 아이는 정말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한 번 더 들었다.

   공부방은 오늘로 4일째 계속 출근인데, 나에게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버겁기만 하다. 중학교 1학년!-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는 녀석들이 웃는 웃음에 공감할 수가 없어 답답하다. 몇 년 동안이나 이 공부방에서 보낸 나는 요즘 더욱 답답해 진다. 아이들과의 공유하는 부분이 너무 적은 것 같다. 나는 학교에서 중학생들을 가르쳐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더욱 그렇다. 내 생각은 여기에 머물러 있다.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오니 날은 더욱 덥다. 오늘은 어찌 살았나? 이젠 컴퓨터를 끄고 자러 가야할 시간이다. 그래야 내일도, 오늘과 같은 생활을 반복할 수 있지 않겠나!! 이런 생각을 하니 더욱 덥다. 아무튼 더운 날씨다.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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