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에는 학교에 남아 내일 수업 준비를 했다. 도서실 문도 열었고, 리뷰 당선 기념으로 가까운 선생님들께 좋은 선물을 드리려고 준비도 좀 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은 훌쩍 지나서 학교 밖으로 나가 혼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오늘은 나도 남들처럼 삼계탕을 먹고 싶었으나, 식당에 사람이 가득할 것을 생각하니 헐렁한 가게에서 그냥 '대충 먹자'는 생각으로 굳어졌다. 점심을 먹고 학교도 다시 들어와 또 수업준비를 하고 나니 저녁 6시를 넘겼다.

   어슬렁거리다가 학교 현관문을 나오니 운동장에서 2학년 학생들이 축구를 하고 있었다. 가방을 들고 잠깐 망설였으나 손에 든 가방을 팽개쳐두고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운동장에 합류했다.(3학년 여학생 몇 명은 처음에 추레하다며 말리더니 조금 있으니까 야유도 아니고, 응원도 아니고, 관심도 아닌 이상한 관람을 했다.) 저녁 7시까지 축구를 하고 났더니 온몸에 땀이 뻘뻘 났다. 그래서 바로 집에 갈 기운도 없었다. 그래서 스텐드에서 잠시 앉아 쉬었다.

   겨우 정신을 차려 학교 밖을 나와서 지하철을 타러 설렁 설렁 걸어오는데, 3학년의 OO이를 만났다. 대뜸, "선생님, 아이스크림 사주세요!" 나는 예상외의 대답을 한답시고, "그래, 먹자!" 했더니, 녀석이 오던 길을 바로 되돌아 선다. 가까운 수퍼로 가다가 다시 한 번, "선생님, 이왕 사 주실 거면 OOO OOO에서 사 주세요."란다. 나는 다시, "그래, 좋지! 가자!" 호기롭게 대답하고 아이스크림 가게로 걸어갔다. 둘이서 컵아이스크림을 주문하는 순간, 문을 열고 들어오는 우리 학교 학생 2명. "샘, 우리도 사주세요" ㅠㅠ 나는 "그래 너희들도 먹어라, 그 대신 둘이서 1개!" 학생들은 "좋아라"하며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역시나 사람이 많아지니 이야기는 잘 안 되는 것 같다.

   독서실에 다니는 아이들은 제 갈 길을 가고 나는 목욕탕에 들어갔다. 우선 땀으로 범벅이된 몸을 좀 씻고, 느긋하게 앉아서 쉬었다. 때목욕과 간단한 샤워 중간 수준으로 목욕탕에서 놀다가 집에 돌아오니 9시 반이었다. 흠, 교무실을 나설 때가 6시 10분쯤이었는데 오늘은 유난히 집에 오는 시간이 길었다. 그래도 아주 즐겁고 유쾌한 시간이었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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