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 양정자, 아이들의 풀잎 노래, 창작과비평사
야단치기에 질력난 나머지 나도 오늘은
온갖 사고뭉치 말썽꾸러기 너를 앞에 두고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여
시름없이 너를 바라만 본다
너의 혼란된 번민의 가슴속을
자라나는 어여쁜 푸른 콩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고통 없이
조용조용 안으로만 차오를 순 없을까, 너희들은
좁은 혈관 속에서 폭발하는
성장의 사나운 제 피에 골똘히 취해
그 누구의 말도 들릴 리 전혀 없는 너희들 보면
안타까워라, 우리 교사들
잔소리 안할 수도 없어 자꾸만 늘어놓는
소 귀에 경 읽기
문득 너희들 그리고 우리 선생들
인생이 모두 가련하고 불쌍하구나
자책하는 네 마음
아픈 내 마음
서로 훤히 들여다뵈는 듯한
이 짧은 순간의 감동으로
물오른 연한 너의 살
너를 힘껏 내리친다, 내 늙은 살을
살이 아파서야 비로소 마음까지 아파지는
아직 어린 네 살의 눈물
너 몰래 젖어드는 뼛속의 내 눈물
첩첩 막혔던 우리 사이
정신나게 확 뚫린다
썩은 열마디 헛된 잔소리보다
매운 매 한 대
찢어질 듯 살의 아픔은 늘 상쾌하고 정직하게
너희와 나 사이를 깨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