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기말고사도 끝나고 한창 성적처리기간이다. 나도 지금까지 한 수행평가를 채점해서 학생들에게 확인시키고 있다. 지필평가-흔히 말하는 중간/기말고사-는 컴퓨터로 채점하기 때문에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적지만, 수행평가는 학생들에게 일일이 확인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저번에 올린 수행평가 문제지를 채점했는데, 학생들이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경우가 많고, 고등학교 3학년이라 수행평가 점수로 성적이 갈리는 것도 좀 그렇고 해서 후하게 점수를 매겼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만점을 받아서 입이 귀에 걸렸다.(논술 답안을 쓸 때는 어렵다고 난리더니 점수를 받아들고는 만면에 웃음이다.) 나도 고등학교 3학년 수업을 맡은 '교사'라 아이들의 내신 성적에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그러나 오늘 보충수업 시간에 수행평가 점수를 불러주고 확인시키다가 난처한 경험을 했다. 전체적으로 점수를 후하게 주면 모두가 좋아할 줄 알았는데... 나는 대부분이 만점을 받는 상황에서는 1점이라도 낮은 점수를 받은 소수의 학생이 무척 당황해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늘 밝고 쾌활한 친구였는데, 점수를 확인하는 순간부터 표정이 안 좋더니, 수업시간 내내 한 번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미안했다.

   책상에 엎드려 있는 그 마음이 훤하게 읽혔다. '하필 나만 왜?'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을 것이고, 그런 점수를 준 나를 원망할 수도 있을 것이고, '나는 왜 남들 다 받는 점수도 못 받을까?'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어쩌면 자신이 못났다고 느껴지기도 하고, 스스로가 한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학교 다닐 때 나도 그랬으니까...) 나는 안타까워 제대로 위로의 말 한 마디 건네지 못했다.

   어쩌면 그 학생은 지금쯤은 오늘 일을 다 잊고 공부에 열중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랬으면 좋겠다.) 정말 그렇지는 않더라도 다음시간까지 그 표정이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남의 능력(?)이나 지식(?)을 평가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고, 부담스러운 일이다. 더군다나 아직 여리디 여린 학생들의 가능성이 온전히 드러나지 않은 시기에 하는 평가라 더욱 조심스럽다.

   다시 한 번 수행평가에 대해 자문해 본다. 잘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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