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3학년 남학생들이랑 수업을 하고 있으면 자꾸 체육시간에 축구하러 운동장으로 나오라고 조른다. 저번에 몇 번 수업이 비는 시간에 축구하러 나갔더니 다른 반에서도 우리반에는 왜 안 나오냐면서 궁시렁거린다. 어제는 내가 5교시 수업하러 들어가는데, 좇아와서는 "선생님, 우리반 이 시간에 축구하는데요. 나오시면 안 되요?" 지금은 수업이 있기 때문에 곤란하고, 내일 나가겠다고 말했다.

   오늘은 집에서 체육복을 챙겼다. 드디어 5교시 3학년 4반 체육시간, 나는 수업이 비는 시간이었다. 화장실에서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나섰다. 체육복 반바지가 조금(?) 짧아서 신경이 쓰여, 여학생들이 모두 교실에 들어간 틈을 타 잽싸게 옷을 갈아 입었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막상 운동장에 나서서는 정말 몸이 예전같지 않다는 걸 느꼈다.

   예전에는 축구도 좀 하는 편이었다. 몸싸움은 싫어했지만, 달리기도 조금 빨랐고, 특히 전진패스는 나의 주특기였는데, 모처럼 운동장에 나섰더니 생각만큼 몸이 잘 움직여 주지 않았다. 게다가 마음도 영 불안해서 더욱 경기에 집중이 안 되는 것 같았다. 6교시 수업이 계속 신경이 쓰였다. 체육시간이 끝나기 10분 전에 체육관 안 샤워실에서 몸을 식혔다. 나와서 10분 쉬었다가 수업준비를 해서 교실로 올라갔다. 다행스럽게도 여학생들은 내가 운동장을 뛰다 온 걸 모르는 모양! ㅋ 샤워하다 튄 물 때문에 머리카락에 뭘 발랐냐고만 묻는다.

   아무튼 오늘 나의 몸상태를 확인했으니 무슨 대책을 세워야겠다. 정말 조기축구팀이라도 찾아가야 하는 것일까?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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