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암사 깨끗한 개 두 마리

-안도현

화암사 안마당에는
스님 모시고 노는 개 두 마리가 있습니다
그 귀가 하도 맑고 깨끗해서
뒷산 다람쥐 도토리 굴리는 소리까지
훤히 다 듣습니다.
간혹 귀 쫑긋 세우고 쌩 하니 달려갔다가는
소득 없이 터덜터덜 돌아올 때가 있는데
귓전에 닿는 소리에
덕지덕지 욕심 있어서가 아닙니다
그저 그냥 한번 그래 본 것입니다
바람이, 일없이 풍경소리를 내는 물고기 꼬리를
그저 그냥 한번 툭 치고 가듯이

 

* 전북 완주에 있는 화암사를 3년 전 겨울에 다녀온 적이 있다. 물론 그 때는 대둔산과 논산의 쌍계사를 거쳐 전주로 넘어가는 여정을 잡았다. 애초에 화암사는 예정된 곳은 아니었지만, 우연히 책에서 읽고 들른 곳이다.

* 점심을 어디서 먹을까 망설이다가 마땅한 곳을 찾을 수 없어서 화암사를 들러본 후에 적당한 곳을 찾기로 했으나, 우리 일행은 점심도 잊은 채 화암사에서 오후를 다 보내버렸다. 안도현 시인의 시처럼 마당에 내리쬐는 햇볕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었다.

* 화암사 툇마루에 앉아 한나절을 그렇게 보내고 싶다. 그 때 본 욕심 없는 개들은 또 어찌 되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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