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빨간 거짓말, 통계
대럴 허프 지음, 박영훈 옮김 / 더불어책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2004년 5월 14일 금요일에 MBC텔레비전의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스위스에 있는 국제경영대학원 IMD"라는 흥미 있는 코너를 방영한 사실이 있다. 프로그램은 스위스에 있는 한`` 국제경영대학원에서 세계 60개국을 조사해서 내놓은 국가경쟁력 순위인데 우리 나라의 대학수준은 59위, 노사관계는 꼴찌인 60위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반면 기업의 개혁 마인드는 3위, 경영진의 국제 경험은 5위에 오른 것으로 발표했고, 언론은 이를 근거로 우리 나라 국가경쟁력에 깊은 우려를 표시했는데, 사실은 이 통계 조사에 문제점이 아주 많다는 점을 집중 보도하였다.

   이런 우리 나라의 국가경쟁력 보도를 아무런 설명도 없이 지상(紙上)에서 본 날은 항상 나의 경쟁력이 세계 꼴찌라도 되는 것처럼-꼴찌면 또 어떤가?- 우리 나라를 걱정하곤 했다. 그러면서 결국 나는 '우리 나라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호전적인 노사문화도 좀 바꾸고, 정부는 좀 더 효율성을 강화하고, 기업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더 많이 만들어야지'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 프로그램은 이런 국가경쟁력이라는 것이 사실은 경영자만의 자기 평가 설문 방식으로 만들어진 보고서라는 것이고, 그 통계는 오래 전부터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으며, 우리 나라 언론사들도 그 통계의 문제점을 일찍 알고 있었지만, 그 통계를 자기들의 입맛에 따라 빼기도 하고, 확대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내가 왜 이 이야기를 꺼내는고 하니 제목부터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새빨간 거짓말, 통계'라는 책을 읽는 동안 이 프로그램의 방송 내용이 계속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책은 '통계 자료에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어떻게 속는가' 또는 '통계 자료를 만드는 사람은 자기에게 유리한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쓰는가' '언론들은 이러한 통계 자료의 속성을 알면서도 독자들을 어떤 방식으로 속이는가'에 대한 다양한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제일 마지막에는 '이런 거짓말 같은 통계에 속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설명하고 있는데, 우리가 통계의 속임수를 피하기 위한 다섯 가지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누가 발표했는가? 출처를 캐봐야 한다.
2) 어떤 방법으로 알게 되었는지 조사 방법에 주의해야 한다.
3) 빠진 데이터는 없는지 숨겨진 자료를 찾아보아야 한다.
4) 내용이 뒤바뀐 것은 아닐지 쟁점 바꿔치기에 주의해야 한다.
5)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살펴봐야 한다. 석연치 않은 부분은 조사해라.

   결국 통계 자료는 우리에게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좋은 보조 자료가 될 수 있지만, 통계 자료를 통찰하는 능력이 없으면 그럴 듯한-아니면, 새빨간(?)- 통계의 거짓말에 속아넘어갈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역설적이게도 이 책의 저자 '대럴 허프'는 통계를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말하면서도, 문제는 만들어진 통계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통계를 맹신하는 경향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 하루면 충분히 읽을 수 있고, 자꾸 읽고 싶은 욕심도 생기는 대중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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