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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이, 세계오지를 가다 - 만화 오지 탐험, 이색 문화 체험 ㅣ 반쪽이 시리즈 2
최정현 글 그림 / 한겨레출판 / 1999년 6월
평점 :
절판
이번에 주문한 30권의 책을 정리하다 보니까 한 권이 빠져 있었다. 어?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바로 회사에 전화를 걸었더니 추가 배송을 해 준다고 했다. 그리고 이틀 후 내 책상 위에 놓인 "반쪽이, 세계오지를 가다". 한 권만 온 책이고 더구나 만화책이라 먼저 손길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반쪽이' 최정현씨는 생활만화와 여성주의 만화를 주로 그리는 남자'주부'인데, 나는 만화를 즐겨 보지는 않지만 최정현씨의 만화책은 전에도 몇 번 본 적이 있었는데, 순박한 얼굴과 편안한 웃음 속에서도 쉽게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없는 것은 불합리한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 곳곳에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세계의 오지에서 한국의 인상을 바꾸기 위해 각 나라에서 노력하고 있는 한국인들을 취재하기 위해 다닌 여행의 기록이다. 반쪽이의 여행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가 흔히 오지라고 생각하는, '남아메리카'의 도미니카공화국, 페루, 파라과이', 아프리카의 '탄자니아, 에티오피아, 이집트',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 오세아이아의 '피지, 뉴질랜드, 파푸아뉴기니', 아시아의 '중국, 베트남, 태국' 등으로 이어진다.
'오지'-오지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에 대해서 딴지를 걸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에 대해서 같은 곳을 다니면서 만난 그 곳의 사람, 문화, 역사에 대해 알기 쉬운 그림과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재미있고, 꼭 필요한 정보를 설명해 주고 있다. 이 책을 보면 확실히 그림이 글자보다 이해가 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집안의 구조라든가, 거리의 풍경, 생활 습관 같은 것들을 글로 읽을 때 느끼는 막막함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으니 너무나 쉽게 이해가 되어 좋다.
또 이 책은 여행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머리말에서 묻고 있는데 여행을 떠나는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할-또는 생각하고 있을-질문이 아닌가 싶다.
"아프리카에 있는 킬로만자로에서 남쪽으로 경비행기로 2시간쯤 가면 마사이족 마을이 있다. 이 훤칠하고 멋있게 생긴 남자들은 도대체 일을 하지 않는다. 반면에 여자는 새벽부터 밤까지 등이 휘도록 일한다. 남자들은 무엇을 하느냐고? 남자들은 신성한(?) 전쟁준비를 한다. 그런데 그 동안 전쟁은 한번도 일어난 적이 없단다. 남자들은 전쟁준비라는그들의 역할을 그저 하나의 전통으로 계속 유지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전쟁을 빙자해서 군부독재를 하는 나라들은 여기서 배워온 게 아닐까? 이렇게 수천년 동안 불평등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무렇지도 않게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대해서 성찰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생활도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여행의 힘은 이렇게 일상생활을 탈피해서 다른 지역의 문화를 보고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그 차이와 같음을 확식하고 우리의 삶의 지표를 때로는 수정하고 곧추세워보는 것이리라. 어덯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쉼없이 나오는 현장에서 나는 이삭을 줍듯이 여행이 준 선물을 챙겼다. 그리고 신나는 지옥이 아니라 어떻게 신나는 천국을 만들까?라는 질문 또한 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본질적으로 여행은 떠남에 대한 기록이다. 낯선 곳, 새로운 사람들에게 대한 기록이 여행기이다. 그러나, 여행은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서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행은 너무나 익숙해서 인식하지 못하는 내 자신의 일상을 한 걸음 뒤로 물러나와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새롭게 보이는 일상은 낯설게 다가올 것이고, 낯선 일상은 자신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새롭게 던질 것이다.
이 책은 오지 탐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입문하는 책으로 아주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 나도 어느 먼 곳을 탐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읽은 후 더욱 관심이 가는 지역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를 한다면 더욱 알찬 오지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모든 것이 시들해질 때 어딘가로 떠나고 싶을 때 이 책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껴도 좋을 것 같다.
아무튼 읽기에 재미있고 편한 책, 그러면서도 유익한 정보가 쏠쏠하게 담긴 좋은 만화책 한 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