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에 늦잠을 잔 탓으로 아버지의 자가용을 빌려 타고 학교에 갔다. 나는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거나 가끔 지하가 답답하면 버스도 타는데... 어제는 승용차를 몰고 학교에 갔다.

   공무원 신체검사를 하는 날이라서 어제 저녁부터 아무 것도 먹지 못했기 때문에 수업을 하는 동안에 힘도 없었다. 신체검사를 했으나 내가 보기엔 좀 형식적인 것 같다. 물론 피도 뽑고, 심전도 검사도 했지만 왠일인지 엉성하기만 한 것 같았다.

   수업이 끝난 후에는 점심을 먹고 공부방에 갔다. 공부방에서 이어지는 회의. 여름캠프 이야기를 비롯해서 방학 수업, 2학기 계획 등을 대충 정리하고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오랫만에 샛별선생님을 보게 되어 반가웠다. 거의 5개월 정도 된 것 같은데... 그 동안 맘고생이 심하다는 소리는 몇 번 들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있었는데 어제는 공부방에 나와서 보기 좋았다.

   마치고 바로 서면으로 가기로 했다. 그러나 도심은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 서면 근처에 있는 대형할인점에다 주차를 하고-오늘 같은 날 차를 가지고 갔을 게 뭐람!- 급한 마음에 택시를 탔다. 그러나 역시 도심은 꽉 막혀 버렸다. 한참 시간을 허비하고 집회장에 도착했으나, 집회는 이미 끝나고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어찌된 일인가 싶어서 다시 공중전화를 찾아 온 거리를 헤매고 돌아다녔다.(참고로 손전화는 아직도 없다!) 서면 거리를 거의 다 돌아다녀 경우 발견한 공중전화부스!  같이 오기로 했던 사람들에게 전화를 했더니, 방금 전에 부산의료원으로 갔다고 했다. 그런데 선생님들은 지금 서면 어느 패스트푸드점에 앉아 있다고 했다. 서둘러 거기에 합류!

   만나서 차를 타고 의료원으로 가기로 했다. 그러나 그 중에 한 분이 오늘 차를 운전하다가 가벼운 접촉사고가 났었다고 한다. 초보인데다가 접촉사고까지 일어나고 보니 약간 충격을 받은 듯 했다. 그래도 나머지는 모두 차가 없으니, 그 선생님께서 기어이 우리를 부산의료원으로 데려다 주었다.(그리고는 서둘러 집으로 가셨다.)

    부산의료원 입구부터는 수 많은 전경과 시민들이 엉켜 있었다. 곳곳에서 추모 집회도 열리고, 병원 방문객들은 집회를 구경하고, 전경들은 삼엄하게 서 있고... 우리들은 그 사이를 빠져나가 미리 가 있던 몇 분의 선생님들과 합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곧 집회는 끝났다. 그리고 개별 조문이 이어진다는데, 우리 차례는 언제쯤 될 지 몰라 의료원에서 나오기로 했다.

   부산의료원을 나와서 거기서 만난 선생님의 차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한참을 걸어가니 야구장 앞에 있는 대형할인점 앞에 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우리는 대형할인점의 패스트푸드 구석에 앉아서 모임의 아주 중요한 행사 내용을 토의했다. 이번 여름 방학에 중/고등학생들의 캠프를 준비하기로 했는데, 여러가지의 여러움이 있어서 행사 여부를 다시 결정하기로 의논을 모았다.

   이제 모든 일이 끝나고 차를 타고 집에 가는 일만 남았다. 그래서 그 선생님 차를 타고 막 출발하려는 순간, 뒤에서 진행하던 차와 스치듯 충돌했다. 차에 탔던 사람들은(5명) 모두 놀랐다. 다행스럽게도 다친 사람은 없었으나, 내려서 보니 차가 좀 많이 망가졌다.

   상대방이랑 어떻게 어떻게 이야기가 잘 안 되는지 보험사에서 오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차를 주차시켜 놓은 곳과 방향이 같은 선생님 두 분이랑 함께 택시를 타고 먼저 출발했다. 나는 중간에 내려 할인점에서 차를 가지고, 다시 사고가 난 사직동으로 갔다. 도착해서 보니 여전히 사고 처리가 끝나지 않았다.

   조금 있으니 보험사에서 사람이 왔고, 사고는 얼추 정리가 되는 것 같았다. 그 선생님 차가 좀 망가졌기 때문에 견인차로 정비소로 가게 되었다. 나는 그 때까지 남아있던 다른 선생님을 동래 근처까지 모셔다 드리고 집에 돌아왔다. 도착하니 새벽 1시가 조금 넘었다.

   이 모든 일이 하루 동안에 일어났다는 게 너무 신기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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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27 23: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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