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여느 토요일과는 다른 토요일! 마음은 이미 제주도로 훌쩍 떠나 있을 것 같은데 이 쪽지가 제대로 읽히려나? 그리고 숙제는……? 대체 어떤 걸 낼 수 있을까? 다음 주에 학교에 오는 날이 하루도 없는데…… 숙제는 할 수 있으려나? 이것저것 생각하다보면 뭔가 가물가물해진다. 그러다가 문득, 내 교무실 책상 뒤 서가에 덩그러니 쌓인 책을 본다. 아직도 둘은 책도 안 챙겨갔다. 그런데, 언제 책을 읽고 숙제를 할까?
먼저 지난 번 모임이 끝나고 기분은 어떠셨나? 음…… 사실, 난 제법 기분이 좋았다. 무엇이든 도전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활동해야 한다는 동아리 숙제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용기를 내 준 몇몇 친구들 때문에 말이지. 진짜 그런 용기를 실천해 준 친구들이 무척 사랑스럽고, 자랑스럽고, 예뻐(멋있어) 보였다.
또한 지난 번 모임에서 나눈 얘기덕분에 우리는 서로에게 한 걸음씩 더 다가간 것 같다. 그날 모임에서 나온 얘기들은 정말 나랑 친한 친구가 아니라면-혹은, 친한 친구라도 해도- 말하기 어려운 내용이었으니까 말이야.
우리는 누구나 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 강한 척, 아무 문제없는 척하며 살고 있지 않나? 그런데 너희들도 조금씩 느끼겠지만 사실 사는 게 어디 꼭 그렇기만 하나? 물론 정도의 문제겠지만, 항상 괜찮고, 늘 강하고, 전혀 문제없이 사는 사람은 없다는 거, 그냥 그렇게 사는 것처럼 보일 뿐이라는 거 조금씩 느끼고 있을 테지. 단 하나 주의할 점! 나만 불행하고, 아프고, 괴롭다고 착각하지만 않으면, 툭툭 털어낼 수 있는 걸 내 감정에 빠져서 허우적거리지만 않으면 된단다. 그러고 보면 이 잔소리의 결론은 자기를 있는 그대로 들여다본다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이라고 볼 수 있겠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응시하는데 무척 유용한 수단이 독서라는 것도 저번 모임에서 얘기했었다. 그치? 사실, 그래서 책 읽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믿는다.(잔소리는 고질병!)
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는 조금 늦게 도착해서 이제 막 앞부분을 읽고 있겠지? 어때, 기대했던 대로 재밌는 거야? 아니면 벌써부터 지루해서 실망스러운 건가? 아니면 어려운 개념 때문에 읽는데 고생하고 있나? 음, 고등학교 2학년 정도면 그리 쉽게 읽을 수 있는 수준의 책은 아니고, 좀 어려운 게 당연할 듯하다. 그러니 몇 쪽 읽고 어렵다고 책 덮지 말고, 영화 한 편씩 나눠져 있으니 어려운 부분은 넘기고, 흥미 있는 영화가 나오는 부분이나 읽기 편한 철학의 개념이 소개되어 있는 곳부터 골라 읽어도 좋다.(그렇게 해서 결국은 다 읽어야겠지?)
이번 모임은 여러 가지로 좀 애매한데 같이 영화를 보고 얘기를 나누려면 숙제 발표할 시간이 없을 것이고-물론 수학여행 때문에 숙제할 시간도 내기 어렵겠지?- 생활나누기도 시간을 내기가 어려울 것 같다.(저번 모임처럼 찬반 토론을 해 보거나, 아주 멋진 생활나누기 숙제를 준비했었는데, 이건 다음에 써 먹어야겠다.)
숙제는 (늘 똑같아서 평소엔 숙제에 넣지도 않았지만) 1)책 읽은 느낌 말하기. 그냥 모임시간에 퍼뜩 생각난 거 말고 책을 다 읽은 후 덮으면서 들었던 생각이나 느낌을 정리해서 말하기로 하자. 2)책을 읽고 난 다음에 보고 싶은 영화 선정하기. 이 책에 소개된 영화중에서 어떤 영화를 보고 싶은지, 당연한 말이겠지만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써 오렴. 3)내 인생의 영화 소개하기. 내가 본 영화중에서 친구들이 꼭 봤으면 하는 영화를 골라서 추천 이유 함께 쓰기, 이상 세 가지이다. [이런 멋진 책을 두고 이런 어이없는 숙제를 내 준다니, 이건 죄악이 아닐까?]
다음 모임은 6월 14일 화요일 9교시야. 장소는 함께 영화 보고 토론할 곳이어야 하니까 적당한 곳을 찾아볼게. 그럼, 모두에게 멋진 토요일이기를……
모두, 여행, 잘 다녀오길 빈다.
2011년 6월 4일 토요일 아침에, 느티나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