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에는 여덟 권의 책을 기웃거렸다. 기웃거렸다,는 건성건성, 대충대충, 얼렁뚱땅, 책장을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는 뜻이다. 내 태도가 문제였지, 다시 생각해 보니 다들 훌륭한 책이고, 내 생각을 다듬는데, 큰 자극을 줄 수 있는 책이다. 그래서 아쉽다. 다시, 읽어 보게 될까?

  

 

 

 

 

 

 

   나는 왜 쓰는가,는 지난 4월에 몽땅 샀던 조지 오웰의 책 중에 한 권이다. 지난 4월에는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을 읽었는데, 비교하면 이 책이 훨씬 더 좋다. 사회주의자였던 오웰이 파시즘과 스탈린식의 공산주의에 대한 비판적 태도도 흥미있고, 스페인 전쟁의 뒷이야기도 어디서 읽었던 내용이었지만 재미있었다. 치열한 문제의식에다가 간결하고 엄정하면서도 쉽게 읽히는 글쓰기라 읽기에도 불편하지 않다. 5월에 읽은 최고의 책이다.

   생각의 좌표,는 지난 동아리 모임 선정책이었다. 애들에게 책을 건네주고 나 역시도 읽은지 너무 오래된 책이라, 이번에 다시 읽었다.(나로서는 무척 드문 일이다.) 몇몇 대목에서는 다시 내 신경을 자극했으나 두 번째라 그런지 아무래도 흥미가 덜했다. 어쩌면 홍세화 선생님의 글은 여기저기에서 무척 편하게 많이 읽었던 탓일까? 이제는 좀 새로운 생각이나 관점이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아직도 홍세화 선생님의 글이 필요한 사람이 아주 많겠지만.

   나는 여기가 좋다,는 한창훈의 소설집이다. 사실, 지난 금요일(5월 27일)에 한창훈 소설가가 우리 학교에 왔었다. 우리 학교에서 꾸준히 주최하고 있는 '작가초청 강연'에 강사로 왔다. 이번에 강연회에 입장할 수 있는 자격을 이 소설가의 책을 읽고 독후활동(독후감상문, 독서신문, 감상화, 독서UCC 등)을 한 학생들로 제한했다. 나도 작가의 성장소설, 열여섯의 섬, 하나만 달랑 읽었던 터라 이번에 이 소설집을 골라 읽었다.

   최근의 우리나라 소설의 흐름과는 멀찍이 떨어진 듯한 분위기(?)-무엇보다도 서사 중심-의 소설이라 우선 읽는 내내 마음이 편하고, 무엇보다도 악한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 갈등 구조도 느긋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당연히, <여기>는 이 고집스런 소설가의 영감의 원천이자, 지금도 여전한 삶의 근거지인 바다,이다. 바다에서의 삶이 어떤 것인지 가늠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바다가 지긋지긋해서 떠나는 늙은 아내를 보내고도 지켜야 하는 전직 선장의 삶 자체가 아닐까 하는 어림짐작을 해 본다.  

 

 

 

 

 

 

 

   아무도 남을 볼보지 마라, 는 지금 읽고 있는 책이라, 엄밀히 말하면 5월에 읽은 책은 아니다. 그래도 5월부터 읽기 시작했으니 기록은 해 두어야겠다. 엄기호 씨의 책은 이것이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를 읽은 적이 있다. (사실, 알고 보니 10년 전에 읽었던 포르노, All boys do it! 이라는 책도 엄기호 씨의 책이더라.) 이런 책을 읽으면 항상 드는 의문점은, 이렇게 신자유주의의 문제는 명확한데, 왜 세상은 바뀌지 않는 것일까? 하는 것이다. 엄기호 씨 특유의 현장 리포트 같은 글이라 잘 읽힌다. 이 정도면 고등학생들이 읽어도 괜찮은 책이지 않을까 싶다.

   홍합,은 한창훈의 출제작이다. 이번에 작가한테 직접 들은 얘기인데, 실제로 홍합 공장에서 7년 동안 일을 했다고 한다. 그러니 그 홍합 공장의 사정이야 뻔한 일일테고, 사실, 이건 소설이 아니라 실화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홍합, 을 읽는 내내, 그 힘든 농삿일, 신발공장일, 우유배달, 블럭공장, 합판공장 등 한 평생 일구덩이 속에서만 살았던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홍합 공장에서 일하는 아줌마들의 삶을 읽으면서 '우리 엄마도 공장에서 저렇게 일하고 지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아픈 소설이었다.

 

 

 

 

 

 

 

   플라톤의 국가, 정의를 꿈꾸다,는 김해 인문학 대회에서 선정한 주제 도서라는 점에서 골라 읽었다. 그런데 주니어 클래식 시리즈로 나온 책인데도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닌듯. 항상 느끼는 거지만 무슨 대회나 단체의 주제도서는 중고등학생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소크라테스와 그의 제자 플라톤, 다시 그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얘기가 이어지는데 반쯤 읽다가 더 읽히지 않아서 일단 접었다. 읽을 기회가 다시 오겠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6, 은 예약 주문까지 해서 산 책이다. 무엇보다도 표지 사진이 무척 맘에 들었다. 황매산(모산재)의 영암사지 쌍사자석등! 여러 번 저곳에 다녀왔다. 이미 20년도 전에 한창 답사기 붐이 일었을 때 유홍준 교수가 내가 다니던 대학에서 특강을 했었는데, 저 석등과 돌계단을 두고 경상도 문화의 자존심이자 정수라고 이야기를 했다. 이후에 꾸준히 영암사지를 다녀왔다. 정말 20년 전에는 차를 타고 가도 쉽지 않은 곳이었고 폐사지가 주는 쓸쓸함도 있었는데, 지금은 책에서 소개한 그대로이다. 아무튼 앞에 나오는 서울 편을 제외하고 뒷부분-합천, 거창, 도동서원, 선암사, 부여....-은 다 읽었다. 마음이 심드렁해서 그런가, 지금은 절실한 그 무엇이 나에겐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세계를 뒤흔든 공산당 선언, 은 내가 읽은 세 번째 '공산당 선언'이다. 읽으면 읽을 수록 머리로는 이해가 된다. 더구나 이번 책은 이 선언이 나오게 된 배경이나 이 선언 이후의 전개 과정도 소개하고 있어서 공산당 선언에만 집중했던 다른 책들 보다는 읽기가 더 편했다.  그 당시의 사회 상황이라면 '공산당 선언'은 너무도 당연했다. 과연 지금도 이런 선언이 유효한 것인지, 사회주의자가 아닌 나로서는 회의적이지만, 마르크스가 살았던 시대에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공감이 컸던 주장이었으리라. 이는 권력의 무자비한 탄압이 실증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아무튼 나에게는 재미있는(?)-좀 가벼운 표현인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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