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 40분, 독서토론회가 끝났다. 전화기를 보니 부재중 통화 7번! 2시 30분에 우리 학교에 모여 운동하기로 했는데, 조금 늦었다. 서둘러 전화를 하니 내 친구 장김준호는 이미 체육관에 와 있다고 한다. 서둘러 옷을 챙겨서 체육관으로 갔다. 나머지 친구들은 아직 오지 않았다.

   앗~! 생각해 보니, 축구공을 빌려 놓지 않았다. 미리 체육선생님께 말해서 공을 빌려 놓았어야 하는데 여러가지 준비를 하다보니 그것만 빠뜨렸다. 가장 중요한 축구공! 체육 선생님께 급하게 전화를 했으나 열쇠는 학교에 없다는 답을 들었다. 그러는 사이 친구들은 왔고... 다행스럽게도 태형이 차에 축구공을 하나 있었다. 3시를 넘어서야 운동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족구를 하고, 다음에는 2:2 농구 시합도 한 번 했다. 같이 운동하고 목욕하고 나니 기분이 한결 개운해졌고 즐거워졌다. 원래는 같이 저녁도 먹기로 되어 있었는데 오늘은 다들 바쁘다고 한다. 우선 장김준호는 평화와 생명 순례를 다니시는 도법 스님 일행을 뵈고 저녁을 먹기로 했단다. 기영이는 이라크 파병 반대 집회에 나가야 한다고 한다. 태형이와 나는 약속을 비워 둔 상태였다.

   그러나 운동에 미친 나머지 마음이 바뀌었나 보다. 갑자기 저녁을 먹고 가겠다고 했다. 그래서 넷이서 저녁을 먹고 나서 다시 자기가 해야할 일을 하러 나섰다. 그 때가 아마 7시쯤 되었을 것이다. 나는 태형이 차를 타고 우리집 근처로 오게 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오는 동안에 이야기가 조금 진지해졌다. 우리집 앞에 다 와서는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고 했다. 태형이와 나는 우리집 앞에 차를 세우고 가까운 동네로 차 한 잔 하려고 나섰다. 맥도널드에 들어가서 아이스크림 하나를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대학을 다닐 때 태형이와 지금의 태형이는 아주 많이 변했다. 그러고 보면 나도 제법 많이 변했다. 주로 태형이는 자기가 변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고, 나도 지금의 내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었다. 아주 아주 많은 이야기를 했다. 어떤 것은 우리의 생활과 실제적인 상관이 없는 '경제관'-결국은 세상을 보는 관점에 대한 것이겠지만-에서부터 실질적으로 우리의 생활을 좌우하는 학교 문제를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아주 첨예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만나면 아주 치열하게 논쟁을 즐긴다. 우리는 아직도 세상에 대해 할 말이 많으며,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다. 고민만 아니라, 몸으로 옮기는데도 주저하지 않는 친구들이다.)

   시간이 많이 늦었다고 생각해서 집으로 올라오는 동안에도 이야기는 계속 되었고, 집에 와서도 곧 바로 들어가지 않고 논쟁이 이어졌다. 지금까지 태형이의 변화에 대해 이해가 되기도 하고, 그의 생각이 안타깝기도 하였다. 그러나 아직, 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한 것 같다.

   집에 돌아오니 10시 30분이었다. 태형이와 나는 무려 3시간 동안이나 이야기를 한 것이다. 이것으로 나의 바쁘고 바쁜 토요일 하루는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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