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두 번째 독서토론회가 열렸다.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모였다. 11명의 학생들이 모였는데, 모두 2학년 여학생들이었다. 오늘 이야기해 볼 작품은 이강백의 희곡 '파수꾼'이었다. 처음 이 작품을 통해 진실이란 있는 것일까? 진실을 알린다는 것이 사회에 혼란을 줄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까?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해서 토론 과정에서 나온 쟁점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끌어올려서 토론해 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파수꾼이 냉소하고자 하는 시대 상황에 대해서 학생들이 정확하게 지적해 버리자 쟁점에 모두 합의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았다. 그러니까 토론이 쉽지 않은 상황이 만들어졌다.(사실, 독서토론의 경험이 거의 없어서 나도 토론을 진행하는 것이 무척 어렵다.) 돌. 발. 상. 황!
순간, 어제 학급운영 모임에서 나온 체벌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그래서 학교 체벌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기로 했다.(사회자의 직권으로!) 결국 이야기의 결론은 체벌을 찬성하는 편에서는 결국 '체벌은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현실적으로 학교에서 체벌을 대체할 수단이 없으며, 이런 상황에서 체벌을 전면적으로 금지한다는 것은 결국 학교를 무질서의 상황으로 만든다'였고, 체벌을 반해하는 편에서는 '체벌은 기본적으로 학생을 인격적으로 존중하지 않는 것이며, 지양해야할 체벌이라면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언제나 시작할 수 없는 것이 될 것이다'였다. 그러고 보면 파수꾼의 내용과 영 관련이 없다고 말할 수도 없는 것 같다.
결국 오늘 체벌에 대한 토론의 쟁점은 1) 체벌은 효과가 있는가?-체벌은 개별 학생들의 부정적 행동을 교정하는 기능과 함께 질서 유지의 기능도 가지고 있는가? 2) 체벌이 궁극적으로 지양해야 할 교육적(?) 활동이라면 어떻게 그 지향점을 향해 움직일 수 있을까?-아무도 체벌의 문제에 대한 지적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토론이 아주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못해서 다시 한 번 사회자의 역량을 절감했다. 역시 철저히 준비를 해야 제대로 토론할 수 있다는 생각이 더 들었다.
예상했던 토론 시간을 넘겨서 토론은 끝났다. 나는 아쉬움이 좀 남았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토론이 마무리되었다. 역시 토론은 즐겁고, 아이들이 스스로 움직이는 것을 보는 것도 기쁘고, 그 녀석들과 함께 무엇인가를 할 수 있어서 아주 기분이 좋다. 중간 고사가 끝나면 다시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다음에는 좀 더 열심히 준비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둔다.